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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 / 정홍순 시인
순천시 해룡면 마산 희락교회 목사
2012-02-24 오전 8:04:11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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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기 씨의 굵은 손가락으로 그서 내는

    맑고 투명한 한 평짜리 유리판에 칼날이

    허옇게 금을 내며 이순의 겨울을 잘라낸다

    내가 죽을 수 있는 것처럼

    깨질 수 있는 광물이라고

    해박히 토를 달던 그의 말을 풀어보다

    수 세기 어느 돌덩어리에 닿았고

    내 고향 바닷가 사구에 대고 하역하던

    육중한 철선 후미로 솟은 굴뚝에 닿아 끌던

    시커먼 항진의 소리

    이젠 꿈에도 만무한 평면 속으로 날카로운

    질감이 넘실거리며 나온다

    돼지머리국밥에 숭덩숭덩 썬 깍두기와

    새우젓 삭은 껍질 얹어 먹던 입 속에서

    깨진 유리 조각 하나가 불거지던 것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광물의 생태를 누구보다 생생히 겪은

    준기 씨가 담담히 한 삼년쯤 종사하고

    접겠다는 몸에 달장간이나 꿰매어 붙인

    이력을 여러 개 적어놓고 있다

    살에 새겨진 기호 더듬어

    예민한 촉수가 오싹거리고 싸늘해진다

    부단히 살아 온 것들의 흔적을 두고

    감도가 미약해 커피 한 모금 적시며

    식탁에 깔아진 그의 예술에 다시 몰입한다

    무한 한 생의 매듭들이 엉켜있다

    투명 사이로 우리가 살아 온 진실

    고진한 무늬들이

    설핏 아름답다는 말로 살아나오기까지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2-02-20 11:45 송고 2012-02-24 08:04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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