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변환_2011년11월%2030일%20001
준기 씨의 굵은 손가락으로 그서 내는
맑고 투명한 한 평짜리 유리판에 칼날이
허옇게 금을 내며 이순의 겨울을 잘라낸다
내가 죽을 수 있는 것처럼
깨질 수 있는 광물이라고
해박히 토를 달던 그의 말을 풀어보다
수 세기 어느 돌덩어리에 닿았고
내 고향 바닷가 사구에 대고 하역하던
육중한 철선 후미로 솟은 굴뚝에 닿아 끌던
시커먼 항진의 소리
이젠 꿈에도 만무한 평면 속으로 날카로운
질감이 넘실거리며 나온다
돼지머리국밥에 숭덩숭덩 썬 깍두기와
새우젓 삭은 껍질 얹어 먹던 입 속에서
깨진 유리 조각 하나가 불거지던 것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광물의 생태를 누구보다 생생히 겪은
준기 씨가 담담히 한 삼년쯤 종사하고
접겠다는 몸에 달장간이나 꿰매어 붙인
이력을 여러 개 적어놓고 있다
살에 새겨진 기호 더듬어
예민한 촉수가 오싹거리고 싸늘해진다
부단히 살아 온 것들의 흔적을 두고
감도가 미약해 커피 한 모금 적시며
식탁에 깔아진 그의 예술에 다시 몰입한다
무한 한 생의 매듭들이 엉켜있다
투명 사이로 우리가 살아 온 진실
고진한 무늬들이
설핏 아름답다는 말로 살아나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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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0 11:45 송고
2012-02-24 08:04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