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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 아버지께서는 나에게 어떤 존재이신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대부분의 아버지들께서는 아침 일찍 일하러 나가셨다가 밤늦게 돌아오셔서 평일날 밥 한 끼 같이 먹기도 힘들다. 그래서인지 자녀들은 아버지보다 어머니에게 편안함과 정이 더 많이 가는 것 같다. 이렇게 말하면 아버지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섭섭하실 것이다. 왜냐하면 아버지께서도 어머니 못지않게 안 보이는 곳에서도 나를 아끼고 걱정하시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버지께서는 일하는 곳에서도 항상 자식 생각을 하고, 자식의 따스한 시선과 정다운 말과 미소에 힘이 불끈불끈 솟아난다는 것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아버지보다 어머니에게 정이 많이 가는 것은 아무래도 자식을 사랑하는 방법이 달라서 그런 듯하다. 어머니는 늘 옆에 계시면서 챙겨주시는 방식이고 아버지는 멀리서 바라보시면서 사랑하는 방식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철이 없던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보이지 않는 먼 곳에서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방식은 잘 못 보았고 옆에서 꼼꼼히 챙겨주는 어머니의 방식을 더 많이 보았기 때문에 주인공의 딸 지원이가 아버지에게 편지를 쓴 대목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편지의 내용을 보고 마음이 아픈 것이 아니라 그 편지를 받으시고 자식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참기 힘든 통증도 안 아픈 것같이 느껴셨던 아버지께선 얼마나 절망적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원이에게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바꿔보고, 한 발 물러서서 자신의 입장보다 아버지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 본다면 좋겠다’고 애기하고 싶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아버지께서는 겉으로 드러나게 표현을 하는 방법을 잘 모르시고 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위엄이 있고 책임감이 강한 아버지이셔서 어머니처럼 살가운 행동을 잘 못하시는 것이라고 바꿔서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아버지께서 가끔 친구 분들이랑 술자리를 가져서 늦게 오시는 것이나 술에 취하셔서 조금 과격한 모습을 보이시는 것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 또한 사랑 표현의 한 방법이라는 것을 꼭 생각 했으면 좋겠다. 나는 알고 있다. 지원이가 그 편지를 보내고 나서 굉장히 마음이 불편하고 갑자기 아버지가 걱정되어 마음속으로는 ‘아버지 죄송해요, 그리고 사랑해요’를 수십 번, 수백 번 외치고 또 외쳤다는 것을…….
그리고 한편으로 생각해본다. 나도 지원이 같이 아버지께 슬프고 절망적인 말을 하진 않았을까?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제대로 죄송하다는 편지를 보내거나,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 아니, 사실 부끄럽게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가다보니 나는 나대로 상처를 받고 아버지께서는 아버지대로 상처를 받는 것 같다.
요새 아버지를 보면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 많이 슬프다. 나는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른이 되어간다는 생각에 좋아했지만 아버지께서는 반대로 흰머리와 주름이 하나, 둘씩 늘어간다. 그리고 몸이 아프시고, 힘이 빠져 보이시기 때문이다. 어릴적 아버지와 함께 찍었던 가족사진과 지금의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고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더 나이가 드셨을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속상하기도 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들이 든다. 이 책을 읽고 ‘아버지가 갑자기 심하게 아프시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과연 아버지를 마음 편하게 해드릴 수 있을까? 지금부터라도 진심으로 따뜻하게 바라보고 사랑한다고 자주 말하고 만약 말로 하기 부끄러우면 가끔씩 사랑한다고, 감사하다고 편지를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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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7 08:4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