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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거리에서 / 김용수
2012-12-29 오전 9:34:41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27

     


    눈 내리는 거리, 그 거리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은빛세상이다. 뭔가 풍요롭고 뭔가 포근함을 느끼게 하는 것은 새하얀 마음으로 깨끗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심성이 아닐까 싶다.


    왠지, 함박눈이 내리는 날이면 거리로 뛰어 나가고픈 동심이 꾸물댄다. 아이들은 물론 성인들도 하던 일을 멈추고 눈 내리는 창가로 다가선다.


    유별나게도 바람 없는 날에 내리는 함박눈은 동화 속 세상처럼 신비롭고 환상적인 세계로 사람들의 마음과 몸을 이끌게 한다. 더욱이 아이들은 장독대랑 집이랑 앞마당까지 온통 흰 눈이 쌓이면, 누구보다도 먼저 달려 나가 손자국, 발자국을 찍고 눈덩이를 굴리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간다.


    잠시, 동화“눈사람”이 떠오른다. 1930년대 소년조선일보에 실렸던 송창일 작가의 시를 종이인형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형과 함께 눈사람을 만든 아우는 눈사람이 감기에 걸릴까 걱정돼 밤새도록 잠 못 이룬다. 이런 아우의 착한 마음은 전통인형 작가인 이승은, 허헌선 부부의 손끝에서 재탄생됐다. 이승은 작가는 “어린 형제가 눈사람을 만드는 이야기, 흰 눈을 배경으로 하는 작업을 하며 내 마음도 흰 눈처럼 깨끗해지기를 바랐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키쿠타 마리코의 “눈 내리는 날”은 어른들의 동심을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에는 ‘눈이 최고’라고 하던 주인공은, 어른이 되고 나서는 ‘눈이 최악’이라고 한다. 출근길이 힘들어지고 동심을 잃어버린 주인공의 모습에서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눈 내리는 날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거리를 배회 하면서 지난날의 빛바랜 추억과 기억들을 들춰보는 신기로움이 있다.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만화 속에서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다.


    만화가 홍승우의 추천사가 다시 한 번 마음을 울린다. “채우고 메우기 바쁜 현대인이여. 당신에겐 아직 남아 있나요. 흰 눈 같은 동심의 하얀 여백이. 때 묻지 않은 담백한 감성이 가슴을 울립니다.”라는 그 천진스런 감성 말이다.


    지난주였다. 도심거리에 함박눈이 내렸다. 줄을 이은 차량통행이 끊긴 도로에는 새하얀 눈으로 뒤덮였고 그 눈밭 위를 걷는 사람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 마냥 즐겁기만 한 이들에겐 지난 동심이 그리웠을 것이다. 아니 복잡한 사회생활을 잠시라도 내려놓고 은세계의 포근함에 빠지고픈 심정에서 눈 내리는 거리가 북적거렸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극히 제한된 곳, 창가에서 ‘눈 내리는 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별난 생각들로 가득했을 것이다. 포근하다 못해 쓸쓸함과 외로움이 엄습했을 것이며, 현실적 아픔에 사로잡혔으리라 생각된다.


    아무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어보자. 그 거리에는 낭만이 있고 지난 과거가 되살아나는 추억과 기억력이 있다. 새하얀 함박눈 속에 파묻힌 그리움이 있다.   



    눈 내리는 거리에서 / 김용수


    함박눈이 내린다

    산에도 

    강에도

    도심거리에도 

    하늘하늘 내린다

    유년의 국어책장 넘기 듯

    영희랑 철수랑 바둑이랑은

    장독대와 마당을 바라보다

    동네거리 휘돌고 있다

    눈 덮인 거리는 청순한 아이들이 눈을 뭉치고

    눈 내린 거리는 초롱한 까만 눈동자가 빛난다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에 아로 새긴 하얀 그리움을

    눈덩이 굴리듯 굴리고 뭉치어

    잊지 못할 그 사람을

    보고픈 그 사람을

    하얀 눈으로

    까만 눈으로

    눈사람 만들고 있다

    겉도 속도 모두가 하얗고 하얀 사람들

    온통 은빛세상인 듯



    *2012년 12월 7일 눈 내리는 도심거리에서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2-12-20 09:26 송고 2012-12-29 09:34 편집
    눈 내리는 거리에서 / 김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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