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변환_김용수
보인다 들린다 말한다 / 솜씨 있고 맵시 있는 / 낙안성 도깨비들이 / 보인다. 보여! / 둘러싸인 성곽 따라 / 지킴이로 손짓하는 / 투구 쓰고 갑옷 입은 / 포졸 도깨비 행렬이 / 들린다. 들려! / 문밖에서 깡통 들고 / 장단 치며 타령하는 / 각설이 도깨비 소리가 / 말한다 말해! / 삼 대문을 드나들며 / 잃은 풍물 주워 꿰는 / 먹물번진 도깨비 눈들이 / 날개로 지붕 엮은 초가집 둘러보고 / 저 홀로 세월 삼킨 은행나무 쳐다보며 / “야! 우리네 옛것이 복덩이 도개비로...” / 눈 걸이, 귀 걸이, 입 걸이 된 / 낙안성 도깨비들은 / 오늘도, 복 고을 찾는 민초들에게 / 복 담아 주려고 / 정 담아 주려고 / 복덩이 퍼 나르고 있다 (2004년 낙안성 초가집에서)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필자가 쓴 “낙안성 도깨비”라는 시가 다시금 가슴에 와 닿으며, 지난 세월의 흔적이 그립다.
조상의 숨결을 엿볼 수 있고 우리의 고전을 조금이라도 더듬을 수 있는 낙안읍성은 현대인들에게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신비의 묘약이다. 더욱이 우리 민족에게는 고전의 텃밭으로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보따리가 아닐 수 없다.
돌담으로 쌓여진 성곽을 걸으면서 읍성 안에 풍경을 바라다보면 조상들의 숨결과 민초들의 삶이 보인다. 동문과 남문 그리고 서문까지 성곽을 걷노라면 600년 전 조선시대 이야기가 펼쳐진다.
볏짚으로 엮은 날개로 초가지붕 이엉은 물론 흙과 돌로 쌓은 담과 벽은 사랑스럽고 정이 깃들어 모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게다가 물레방아가 돌고 있는 옥사주변과 연못에는 탐스런 백련, 홍련, 수련, 가시연 등과 넝쿨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경관이 아름답다.
더욱이 낙안성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살아 있는 민속촌이다. 성곽, 관아 건물 초가집 등이 원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고즈넉한 돌담길과 연못은 관광객들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명소로 널리 알려졌다.
또 성곽, 민속가옥, 객사, 임경업 군수 비각 등은 중요지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어 우리의 옛 문화를 엿 볼 수 있다.
초가을의 낙안읍성은 볼거리가 다양하다. 312동의 초가지붕의 이엉을 엮는 작업부터 겨울단장을 하는 모습은 옛이야기를 보고 듣는 듯하다. 120세대의 초가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네풍경부터 주민들이 살고 있는 삶까지 직접 볼 수 있는 전통 역사마을의 풍광이 펼쳐진다.
특히 소리의 고장인 낙안읍성은 동편제의 거장 국창 송만갑 선생과 가야금병창 중시조 오태석 명인의 생가가 있다. 그 까닭에서인지, 국악인을 비롯한 다수의 관광객들은 송만갑선생과 오태석명인의 생가를 찾는 횟수가 늘고 있다.
이뿐 아니다. 낙안읍성은 겨울철에도 관광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앙상한 나목의 가지에 앉아서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새로 이은 초가지붕과 겨울햇살 찾아드는 돌담길을 걷는 낭만이 있기 때문이다.
낙안읍성은 삭막한 현대인들에게 정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현대인들의 휴식처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나 겨울철에 초가지붕을 살포시 덮은 하얀 눈발은 엄마의 젖무덤처럼 온화한 사랑을 느낄 것이며, 고향의 향수를 불러올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인지, 순천시는 관광객들을 위해 다양한 민속공연과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 예로 전국가야금병창대회, 정월대보름민속한마당 큰잔치, 남도음식문화큰잔치 등을 펼치고 있다.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조선시대 전통생활모습 재현, 국악, 판소리, 사물놀이, 농악, 전통혼례와 다도체험, 천연염색, 목공예, 대장간, 길쌈, 짚물공예, 소달구지, 수문장 교대식 등이 있다.
아무튼 낙안읍성은 CNN이 선정한 한국최고여행지 50선에 들었으니 대단한 관광지가 아닐 수 없다. 지역민들은 물론 순천시의 깊은 관심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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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5 13:2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