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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시창작론 / 오탁번
2020-02-17 오전 9:14:40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시를 시답게 쓸 것 없다
    시는 시답잖게 써야 한다
    껄껄껄 웃으면서 악수하고
    이데올로기다 모더니즘이다 하며
    적당히 분바르고 개칠도 하고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똥끝타게 쏘다니면 된다
    똥냄새도 안 나는
    걸레냄새 나는 방귀나 뀌면서
    그냥저냥 살아가면 된다
    된장에 풋고추 찍어 보리밥 먹고
    뻥뻥 뀌어대는 우리네 방귀야말로
    얼마나 똥냄새가 기분 좋게 났던가
    이 따위 처억에 젖어서도 안 된다
    저녁연기 피어오르는 옛마을이나
    개불알꽃에 대한 명상도
    아예 엄두 내지 말아야 한다
    시를 시답게 쓸 것 없다
    시는 시답잖게 써야 한다
    걸레처럼 살면서
    깃발 같은 시를 쓰는 척하면 된다
    걸레도 양잿물에 된통 빨아서
    풀먹여 다림질하면 깃발이 된다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 된다
    -벙그는 난초꽃의 고요 앞에서
    『우리 시대의 시창작론』을 쓰고 있을 때
    내 마빡에서 별안간
    '네 이놈!'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만 연필이 뚝 부러졌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20-02-17 09:14 송고
    우리 시대의 시창작론 / 오탁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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