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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왜 하는가? / 오양심
건국대학교 통합논술 주임교수
2011-10-22 오후 1:15:04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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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나 버렸어?”
      여름방학이 다가오는 어느 날이었다. 중국 북경에서 어언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 녀석이 전화 저쪽에서 볼멘 목소리를 내 뱉았다. 녹음방초가 무성하게 우거져도 시원찮은 날을 살아가야 할 놈이 붉게 물이 들어 찢어진 단풍잎 같은 속내를 내보인 순간, 뒤통수를 한방 야무지게 얻어맞은 것 같은 아리디 아린 정신을 수습하여
      왜 그렇게 험한 생각을 했어?
      방학이 되어도 집에 오지마라고 하니까, 엄마 보고 싶어, 아빠도……,
      나도 우리 아들 보고 싶어, 그런데 아들아, 아들이 엄마를 보고 싶은 것보다는 엄마가      아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한 거야!
      그런 거야?
      엄마가 이야기 하나 해 줄까?, 어떤 청년이 있었는데 여자 친구를 많이 사랑 했대, 하지    만 그 여자 친구는 남자친구를 별로 사랑하지 않았데, 남자친구는 여자 친구에게 결혼하    기를 원하자 자신이 원하는 것 하나만 해주면 결혼해준다고 여자 친구가 말했단다.
      엄마, 그 여자가 원하는 것이 뭔데,
      자기와 결혼을 하려면 엄마 심장을 꺼내오라고 했대, 청년은 결혼을 해준다는 말에 뛸      듯이 기뻐서, 밤에 엄마가 잠든 틈을 타서 칼로 엄마의 가슴을 찔렀단다. 아들은 엄마의    심장을 꺼내서 여자 친구에게 급히 달려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는데, 땅에 떨어진     심장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얘야, 다치지 않았니? 밤길에 조심해야지 하더란다.
      그 말끝에 아들은 전화 저쪽에서 한참이나 숨을 죽이고 있었다. 이내 울음 섞인 목소리로
      엄마, 미안해, 내가 생각이 짧았어, 엄마를 보고 싶은 마음에 상처 주는 말을 했어
      아니야, 아빠도 많이 보고 싶어 한단다. 우리 아들의 미래를 위해서 참고 있을 뿐이야
      그랬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독한 엄마였다.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일가친척 하나 없는 구만리 중국 땅에 아들을 데려다 놓고 온 뒤로 전화 한통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들이
      엄마, 나 경제무역대학교에서 언어연수 받고 있어, 기숙사에서 생활해
      엄마, 밥 굶지 말고 다녀야 해, 지금은 어언 대학교에 다녀
      엄마, 친절한 사람 조심해, 나는 항상 행복해, 나 걱정은 하지 말고
      엄마, 빵 배달하는 아저씨가 아빠를 닮았더라, 그래서 잠바 하나 사 드렸어,
      엄마, 잠을 푹 자야지 건강을 유지할 수 있어
      엄마……, 엄마……, 엄마……,
      하며 아들이 수시로 전화를 했고 나는 그 물음에 답변만 하면서도 방학이 돌아오면 막무가내 아들을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항상 모자라는 같잖은 돈을 보내면서 중국대륙을 여행하게 했고, 홍콩이나 대만, 몽골 등을 빈둥거리며 돌아다니라고 했다.
      아들에게 가족을 보고 싶은 집착 버리기를 강조했고, 정기적으로 교회나 절을 찾아가기를 권유했다. 전혀 다른 사람들과 섞여보기를 원했고, e메일도, IT기기도, 핸드폰도 없는 시간을 보내보라고 했다. 되도록 가장 느리게 가는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여행을 하라고 권해주었다. 특히 공부는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것만 강조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부모와 떨어진 적이 없는 아들을 천리만리에 혼자 떼어놓고 온 뒤로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래는 것은 고문이었다. 그래서 아들을 보지 못한 5년 동안 전화 할 용기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아들이 겪을 뼈를 깎는 외로움으로 견딜 시간을, 풍족하지 못한 환경을 견딜 아픔을, 동반해 주지 못할 슬픔을 애써 외면하며 살았던 것이다. 그 와중에도 희한하고 동글납작한 일은 꿈을 꾸면 아들의 신변을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루는 꿈을 꾸는데 많은 인파속에 아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들! 아들아를 부르는데 한쪽 뺨이 빨갛게 부어 있었다. 내가 크게 부르자 한번 쳐다보고는 한쪽 손으로 뺨을 가리며 인파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하루 종일 마음이 편안하지가 않았는데 그날 밤 아들에게서 전화가 걸려 와서 꿈 이야기를 했더니 이가 아파서 치과에 다녀왔고, 볼이 많이 부어있다는 것이었다. 아들과 나는 만나지 않아도 이심전심 통하는 것이었다.
      ‘공부해서 남 주나’는 말이 있다. 20여년이 넘게 교육현장에서, 또한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에서 통합논술전문지도자를 배출하면서, 지천명(地天命, 천명을 알게 된다는 나이, 50세)을 살아보니 공부는 남을 위해서 해야 한다는 공부의 목적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모든 분야의 공부는 전문성을 얻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도 가슴 절절하게 깨닫고 있다. 전문분야의 공부를 성취한 뒤에는 세상 사람과 공유해야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공부를 하는 일이, 교육현장에서 스승은 학생에게 가르침으로써 성장하고, 제자는 배움으로써 진보한다는 교학상장(敎學相長)하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게 되어 기쁘다. 
      아들아, 단장(斷腸)이라는 이야기 생각나니, 중국고사였지? 한 병사가 새끼원숭이 한 마리를 잡아서 배에 실었던 것, 원숭이 어미가 새끼가 탄 배를 쳐다보며 슬피 울었던 것, 배가 강어귀의 좁아지는 곳에 이를 즈음에 원숭이 어미가 몸을 날려 배 위로 뛰어올랐던 것, 하지만 원숭이 어미는 자식을 구하려는 일념으로 애를 태우며 달려왔기 때문에 배에 오르자마자 죽고 말았다. 배에 있던 병사들이 죽은 원숭이의 배를 가르자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다는 이야기 너도 알지? 자식을 잃은 슬픔, 자식을 보고 싶어 하는 엄마의 마음은 창자를 끊은 것과 같은 것이란다.
      아들아, 이 엄마의 소원은 부디 네가 추구하고 싶은 분야의 공부로 전문성을 얻었으면 좋겠다. 그 공부로 지구촌의 식구들과 한판 거방지게 멋지고, 신나는 인생, 섬기고 나누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구나.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10-22 13:14 송고 2011-10-22 13:15 편집
    공부는 왜 하는가? / 오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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