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비켜주세요. 여러분! / 김정호
일괄편집_사진(김정호)
따르릉~~ 전화벨 소리와 함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시골이여서 119번호보다는 119지역대 전화번호로 구급요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남편이 술을 먹고 들어온 뒤 10분정도 지났는데 방안에 들어가 보니 숨을 쉬지 않아요“
긴급한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119지역대와 가까운 지역이여서 2분 만에 현장도착하여 AED(자동제세동기)를 이용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서 병원으로 이송한다. 구급차에 동승한 환자의 조카는 ‘빨리 좀 가주세요“라며 재촉한다.
그러나 도로의 현실은 빨리 갈 수 없는 상황이다.
편도 1차로인 시골길을 지나 도심으로 진입하면 도로는 넓지만 차량이라는 거대한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사이렌을 울리고 비상등을 켜보지만 비켜주지 않는다.
이때 뒷 쪽 환자실에서는 구급대원이 달리는 구급차 안에서 바로서있기도 어려운 상태에서 중심을 잡으며 심정지된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있다. 너무 급한 상황이기에 1차로에서 버티며 우측으로 피양하지 않는 차량을 옆으로 한 채 구급차는 차로를 변경하여 앞질러 간다.
아무도 모른다. 뒤에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있는 구급대원만이 ‘차가 많이 흔들리는구나’ 라고 느끼게 되고 이내 구급대원은 중심을 잃게 되어 심하면 부상을 당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소방관은 F1 레이서가 아니다. 구급차나 소방차가 정지신호임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진행하는 것은 5분이라는 시간이 갖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화재는 초기 5분이 중요하다. 불꽃이 발화되어 5분을 기점으로 초동조치를 못하면 폭발적으로 확산되어 연소 확대는 물론 피해액 또한 증가되게 된다.
심정지 환자인 경우에도 4~6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게 될 확률이 많기 때문에 소방관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길이 좁고, 차량은 많으며, 누구나 바쁘겠지만 '생명을 구하는 양보'는 정말 국민들의 협조가 꼭 필요하기에 뒤에서 긴급차량이 다가오면 반드시 양보하는 미덕이 필요하며, “나부터 먼저 하자”라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통해 내 가족과 이웃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길. 국민 모두가 ‘소방차 길 터주기’에 적극 동참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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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8 21:21 송고
2011-11-18 21:22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