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는 “아름다운 모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답을 알 수 없는 인생사를 낱낱이 분석해보면 모두가 의문투성이다. 그 의문은 느낌표도 아니며, 마침표도 아닌 물음표일 수밖에 없다.
전남 순천시청 사무관으로 재직 중인 김청수 저자는 자신의 삶과 공동체 삶을 “아름다운 모순”으로 담담하게 그렸다. 하찮은 이야기에서부터 무겁고 중요한 이야기까지 생활 글로 엮어 곧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그는 30년의 공직생활을 하면서 발자취를 남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늘 고민해 왔다고 한다. 평소 민원인을 응대하고 시민들과의 대화를 하면서 우리가 보고 듣는 것들에 모순된 말과 행동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으며, 이를 책으로 발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모순된 이야기들을 메모해 왔었다. 그것은 이러한 모순을 다함께 공감하고 느꼈으면 하는 의미에서였다. 2019년 하반기에 뜻밖의 일이 생긴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허석 순천시장의 “직원 1인 1책 쓰기” 운동이 전개됐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속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름다운 모순”으로이라는 제목이 뇌리를 스쳤고, 그날부터 책으로 펴낼 것을 결심했다고 한다.
마침내 그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지금까지 메모해둔 모순성을 탈고하기에 이르렀다. 원고 수정은 물론 삭제와 첨삭 등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책자제목을 정하고 차례와 소제목 등을 선정하는데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무엇보다도 김청수 저자는 “인생 그 자체가 아름다운 모순임을 가장 잘 말해주고 있는 성경을 상기시켰다.
다시 말해, 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그는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죽일 때가 있고 치료시킬 때가 있고, 허물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고,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돌을 던져 버릴 때가 있고 돌을 거둘 때가 있으며, 안을 때가 있고 안은 일을 멀리 할 때가 있으며, 참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으며, 잠잠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으며, 사랑할 때가 잇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잇고 평화할 때가 있느니라. 일하는 자가 그 수고로 말미암아 무슨 이익이 있으랴 하나님이 인생들에게 노고를 주사 애쓰게 하신 것을 내가 보았노라“(전 3:1-10)
아마도 그는 장로의 길을 걸으면서 하나님말씀과 인생사를 연관시킨 ‘아름다운 모순’을 깊이 있게 다뤘는지도 모를 일이다. 가끔씩 그는 교회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하나님과 인간관계를 열거하는 관용도 베풀고 있다. 그것은 오직 사랑과 믿음 소망이었다.
여는 말에서도 전도서에서 말한 내용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미 인생의 비밀을 터득한 솔로몬 이야기를 꺼내면서 사람은 모순된 말과 행동을 하며 살아가지만 자신은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순이 있기에 세상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관점에서 이글을 쓰게 됐다고 했다.
사실 저자는 세계사와 동양사 그리고 한국사까지 두루 섭렵하고 있는 것 같다. 시기와 장소에 따라 세계사와 동양사, 한국사 등이 심심찮게 오르내린다. 더욱이 모순이 된 이야기 속에서 고대사와 현대사를 드나들며, 생활사의 문제점을 물음표로 던지고 있다.
그리고 그는 생활 글, 끝부분에서는 언제나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의심 또는 반어, 의문, 가벼운 감탄, 빈정거림 따위를 나타낼 때 쓰이는 물음표를 말이다. 특이한 반어법과 의문법을 사용하면서 독자들의 사고를 끌어 들이는 기발한 문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즉, 자신을 낮추면서 겸손의 미덕을 찾는 아주 특별한 문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의 독특한 문법은 생활 글의 깊이를 더욱더 궁금증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아주 간단하면서도 짧은 그의 글을 소개해 볼까 한다. “가족처럼”이다. 공무원이 되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가 민원인을 가족처럼 대하고, 민원인도 공무원을 가족처럼 대해야 한다. 이런 말이 나온 것은 서로가 가족처럼 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민원인을 가족처럼 대하고 있습니까? 라고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또 “친구는”이라는 글을 살펴보자. 친구는 오래 사귈수록 좋고, 물건은 새것이 좋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새로 사귄 친구가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당신은 새로운 것이 좋습니까? 라고 상대를 끌어 들이고 있다.
이처럼 그가 메모해 왔던 생활 글 속에는 반어와 함께 사고력이 있다. 아니다. 수많은 인생관심사를 던지면서 집요한 상상력을 펼치게끔 한다. 좋은 반향의 도서가 아닐까 싶다. 필자역시 축하메시지를 보내면서 건강과 안녕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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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9 05:1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