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수 편집국장
단풍철이다. 붉게 물들고 있는 설악산 단풍 나들이를 나섰다. 순천에서 속초까지의 장거리를 멀다 않고 달려갔던 필자 일행의 이야기는 향기롭기만 하다. 그들은 순천만 국가정원 가을꽃의 아름다움을 논하면서 설악산 단풍을 상기시켰다. 더욱이 그들은 화진포를 비롯해 대진항, 거진항, 설악항, 대포항 등 항구를 끼고 도는 동해와 설악산 단풍을 이야기했다.
가을 여행으로 점찍었던 2박 3일의 동해와 설악 여행! 그 여행은 참으로 신나는 여행이 아닐 수 없었다. 칠십 평생의 연륜처럼 깊어가는 가을이라고 할까? 붉게 물들고 있는 인생 단풍이라고 할까? 어찌 생각하면 서글프면서도 아름다운 인생길이 아닐까 싶다. 다시 말해, 봄, 여름을 지나 가을 단풍으로 물드는 우리네 인생길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동해바다와 설악산을 비추는 가을빛의 정서는 고향을 찾아가듯 아늑하면서 포근함을 안겨준다. 수많은 관광객은 물론 필자 일행은 마냥 즐겁기만 했다. 그들은 엄마 품에 안긴 어린아이 마냥 방긋 방긋 웃으면서 담소를 이어갔다.
16일 오후 5시, 일행은 속초 마레몬스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순천 폴리텍대학장을 역임했던 김흥재 사장의 반가운 인사접대를 받으며 간략한 설악산의 설명도 들었다. 내설악과 외설악 그리고 울산바위 전설과 속초시의 유래까지 간단명료한 설명이었다.
무엇보다도 김 사장의 설명 속에는 순천의 이미지가 숨어있었다. 그는 순천의 아름다움과 순천에서의 활동상 등 순천의 훌륭한 이미지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그는 폴리텍 순천캠퍼스 내 신축건물이 들어서기까지의 활동상과 순천사람들의 인정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게다가 그는 순천만 국가정원, 낙안읍성, 선암사, 송광사, 주암호, 상사호, 고인돌, 천자암 쌍향수, 등 수많은 관광자원이 산재해 있는 순천을 언제나처럼 그려보는 향수에 젖는다고 했다. 실지로 그는 순천에서 근무하는 동안 많은 추억을 남겼다. 지리산 반야봉을 처음으로 등산했었던 추억과 순천에서 쌓았던 소중한 추억담을 간직하고 있다.
그런 연유에서일까? 필자 일행은 김 사장이 소개한 설악항 경인호 횟집을 찾았다. 전라도가 고향이라는 여사장의 친절한 인사와 함께 푸짐한 저녁 횟상이 차려졌다. 상혼을 떠나 고향의 정으로 정성껏 만들어진 저녁 횟 상이야말로 어머니의 손맛이었다. 덤으로 썰어주는 돌 멍개와 오징어는 오누이의 깊은 정처럼 느껴졌다.
이뿐 아니다. 매운탕 찌개를 만들어 팔고 있는 이웃집 여사장도 자신의 고향이 순천시 송광면 낙수마을이라고 했다. 그는 순천을 떠나온 지 40여 년이 지났다며 필자 일행을 무척 반가워했다. 강원도 말씨를 쓰면서도 순천 말씨의 억양이 조금은 섞여 있었다. 묘하게도 그날 그 자리는 전라도 순천의 자리가 되고 말았었다.
그렇다. 필자는 “내 고향 순천”을 널리 알리고 싶고, 순천만을 노래하고 싶다.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를 하는 사람들의 애향심은 날로 깊어가고 가을 하늘처럼 푸르고 푸르다. 그들의 애향심이 짙어갈수록 고향의 정서도 더욱더 깊어지리라 믿는다.
고향을 노래했었던 정지용 시인이 떠오른다. 그는 가난했다. 하지만 자신의 고향을 못잊어 고향 시를 쓴다고 했다. 정 시인의 향수라는 싯귀를 잠시 인용해 볼까 한다. “이곳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사랑하는 누이와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아내가 정답게 살던 애틋한 고향이었다.”라고 표현했었다. 얼마나 그립고 아름다운 고향 인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열일곱 살에 고향을 떠나 객지를 떠돌다가 납북돼 영영 생사조차 알 길이 없어진 시인은 혼령으로나마 다시 돌아와 복원되는 자신의 생가를 지켜보고 있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사람들은 고향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마음부터 설렌다. 그래서일까? 타향에서 고향 사람을 만났다는 것은 부모 형제를 만난 것처럼 반갑다. 아마도 그 원인은 정서적 친근감이 아닐까 싶다. 따라서 내 고향 전라도 순천은 영혼까지도 쉴 수 있는 곳으로 편안한 곳이다.
이번 동해와 설악여행에서 필자가 쓴 “마레몬스 호텔”이라는 시를 게재해 본다.
앞으로 동바다
뒤로는 설악산
억새 띠로 묶어 태운 울산바위
속초 언저리에 자리한 호텔
라틴어로 마레몬스
그 호텔에서 바라보는 경치
우와!
오메!
어머!
별난 감탄사로
깊은 느낌표로
해맞이도 좋아
달맞이도 좋아
별무리 속삭이는
스카이 라운지도
좋아! 좋아! 좋아!
삶의 무게를 녹이고
정의 둘레를 키우는
순천의 인연일까
설악의 여백일까
동해의 여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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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1 07:43 송고
2024-10-21 07:44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