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한 숨뿐이다. 볼라벤에 이어 데빈까지 할퀴고 간 남쪽지역은 온통 가슴 앓이와 아픈 상처로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8월말에 태풍 볼라벤이 할퀴고 간 농어촌에는 휩쓸려간 농작물과 시설물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시속 50키로가 넘는 큰 태풍 앞에선 그 어느 것도 무용지물이었다. 도시는 도시대로 농.어촌은 농.어촌대로 그 피해가 속출했었다.
특히 농.어촌지역의 피해는 직. 간접적인 피해로 그 피해액을 헤아릴 수 없는 실정이다. 농수산물 및 농수산시설 등을 비롯해 과수 농가의 피해가 막대했다. 유실수의 낙과는 물론이고 그 줄기와 잎까지도 훑어버려 내년까지 과실을 맺지 못하는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한다.
농어민들의 몸과 마음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져 어디서부터 어떻게 상황을 수습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한 상황이다. 농어민들은 그대로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손발을 걷어 올리며 전쟁터를 방불케 한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찢겨진 비닐하우스를 뜯어내는 농민들이 있는가 하면 바다와 개펄 밭에서 파괴된 시설물을 제거하는 어민들도 있었다.
상기해 보자. 비바람을 동반한 태풍 볼라벤의 악몽이 채 가시기 전에, 또 다시 태풍 데빈이 호남지역을 강타해 연이은 태풍으로 인해 호남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번 태풍“볼라벤”과“데빈”으로 인한 전남도의 피해상황은 현재까지 인명피해 6명(사망3, 부상3), 재산피해 1,134억 원으로 현재 보고되고 있으나, 그 피해액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호남지역 농어민들은 실의에 빠져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재난재해대책은 미흡하다 아니할 수 없다. 정부의 특별재난재해지구가 선포되더라도 직접적인 농어민 보상혜택은 주어지지 않고 지자체별로 국가지원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김선동 순천 국회의원은 지난 31일 순천시 낙안면 피해현장을 둘러보고 농작물을 비롯한 과수피해의 직간접적인 피해보상을 정부에 건의한다고 했다. 또 김 의원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대형 태풍의 재난재해에 대한 정부차원의 실질적인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게다가‘희망 전남을 위한 진보의정’은 이번 태풍피해로 인해 한미-한중FTA로 실음에 빠진 전남 농어민들을 더욱 절망에 빠뜨리는 계기가 되었다며 농어민들의 절망과 한숨을 해결할 방법을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 단체는 “이명박 정부는 말로만 세우는 대책이 아니라 피해를 입은 전 지역을 특별 재난재해지역으로 선포하고 실질적 재해보상을 실시해야 하며, 단순히 낙과된 과일을 수매하겠다는 생색내기가 아니라 피해를 입은 전 작목과 피해농어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지원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렇다. 정부는 태풍으로 인한 특별재난재해지역 선포는 물론이고 이에 따른 특별대책을 하루속히 세워서 실의에 빠진 농어민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공무원과 군인 사회단체들을 동원한 피해현장 일손 돕기 참여도 좋지만 농어민들이 바라는 것은 오로지 정부차원의 특별보상책이다.
어떻게 보면 공직자들의 재난재해지역 일손 돕기는 되려 농어민들에게 부담을 줄 뿐 아니라 행정력 공백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즉, 행정에만 전념한 공직자들이 자신의 업무를 덮어두고 피해현장에 투입되면 그 업무는 마비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일머리도 모르는 그들이 피해현장에서 어떻게 농어민들을 도울 수 있을까에 의문이다.
차라리 그 힘은 행정력에 치중하고 다른 방법으로 농어민들을 도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농어촌의 일은 실지로 해보지 않는 사람은 힘이 들고, 어설프면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자칫 잘못해서 안전사고를 발생시킨다면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윗사람들의 생각과 발상은 좋지만 이론에 불과하고 생색내기식의 피해현장 일손 돕기는 삼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재난재해지역 농어민들에게 진정한 힘을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