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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낮에 닿도록 늦장부리며
구석 길로 말아가는 북천 길 어느새
단풍 젖어 내리는 게으른 눈에게
호사스런 발기가 병처럼 일어나
산하와 합궁한 오늘이 시월삼일
꽃 패 교교히 끌안는 메밀밭 사이로
모가지 쳐들고 쓰러지는 가을 농익는 개천절
대풍이다
근년엔 태풍 한 사리로 자빠져버린 꽃농사가
힘 한번 제대로 받아 올 해는 네 집 내 집
간이 잘 맞는 날이다
이렇듯 살다보니 꽃길도 헤쳐 보는구나
맘도 피고 글도 피고 시대도 피겠지
다랑이 마다 깔아 논 코스모스 돗자리서
허연 박 덩이만한 젖 쳐들고 나오는 가시나
달빛에 피는 이병주선생이 웃어 반긴다
선생의 글집 마당에 세운 만년필
당간지주이더냐 홍살문이더냐
헤적거리는 늙은 중이더냐 대체 무엇이더냐
하늘을 찌르는 손톱이 무엇이더냐
영혼의 골짜기 긁어내던 팔뚝 잘라
대창도 아니면서
빨치산의 대검도 아니면서
오월의 몽둥이도 아니면서 촉끝에 가을이
쩌-억 갈라진다
하늘이 열린 날
행간에 설기 찐 선생의 북천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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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08 06:4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