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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상 / 정홍순

2013-12-28 오전 10:36:00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크기변환_SNC00446[0]

    자전거 하나도 못 탄다니 이 나쁜 놈아,


     


    마애삼존불상 아득히 상서로운 미소로


    염불에 답 하듯 잘 받친 인상에 취해


    아내인 그녀가 투정하며 쓰다듬는 얼굴


    저 넉넉한 눈빛은 단 한번이라 말하고 있어도


    찡긋 마주치며 물어본다


    하나도, 하나도, 그 하나도


    몇 번은 갈라서고 싶었고


    수십 번은 가출할 생각도 했고


    수백 번은 등 돌리고 잤고


    수천 번은 욕지거리 먹였던


    어깨에 이승 지고 갈 검은 띠 걸메어


    꽃을 얼굴에 발라 이 한번은 선두로 등 돌린


    그의 상반신


     


    한나절 산에 갔다 오자


    등신 같은 짓 한 평 남짓 버리고 오자


    유작처럼 깨끗이 글 한자 써 놓고 오자 커니


    과부가 됐다


    편모가 됐다


    미망이 됐다


    망부가 됐다


    받아두지 못한 반투명인간


    상반신 따라 가니, 가니 그의 아내와


    식구들


    시큰둥한 동갑내기들


    가찬 이웃들하고 오랜만에 한 차타고


    동구 밖으로 내 달리다, 문득


    울음 타 익은 하반신 꿋꿋한 단풍나무 아래


    서벅서벅 곡을 치다


     


    깊은 기억 속으로 묻은 노래처럼


    음울한 단조로 이끌던 그를 따라


    동행한 그의 발이 유령처럼 쓰-윽 돌아간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3-12-28 10:36 송고
    출상 / 정홍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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