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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여인숙 / 송 준 용
2015-06-30 오후 3:07:42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옛날 동해여인숙이 있었다
    비록 환경은 열악했지만
    손님들에 대한 예우는 평등해
    협소하게 뚫린 벽 구멍 사이로 얼굴 내민 형광등이
    두 방을 나란히 한 방처럼 비쳐주었다
    고단한 육신 누이고 잠을 청해 보지만
    머리 속에 떠 있는 또 다른 우주는
    나를 편히 잠들도록 놓아주지 않았다
    구조에 문제가 있는 동해여인숙처럼
    통제가 잘 되지 않았다
    동해여인숙에서 가장 잘 들리는 소리는
    자식농사 짓는 소리였다
    자식농사는 주로 초저녁부터 시작했는데
    부지런한 농사꾼은 세 마지기 씨를 뿌리고도
    새벽녘에 한 마지기 더 뿌리는 근면함을 보였다
    먹고 살기도 힘들어 허리가 휘었어도
    국민총생산에 나섰던 사람들이여
    나라에서는 자식농사를 마약농사처럼 여겼지만
    그래도 그 힘들이 모여 이 나라가 세워졌다
    세계 속의 한국이 되었다
    비록 환경이 열악해 동굴 같은 벽지에
    조악하게 그려진 춘화도가 얼굴 뜨겁게 했지만
    그 곳이 생명의 성지였음을 아는 이 몇이나 될까
    지금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은
    고척동 산 22번지 동해여인숙!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5-06-30 15:07 송고
    동해여인숙 / 송 준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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