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가을이 깊어간다. 시월의 파란하늘아래 전국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각종 문화행사들이 부지기수다. 그 중에서도 낙안읍성 민속 문화축제는 특이하다. 사라져가는 민속놀이를 재현하는 축제장으로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조선시대 개혁도시로 조성된 낙안읍성은 초가를 비롯해 돌담과 성곽 등 옛 선조들의 생활상을 엿 볼 수 있는 역사의 장이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라져가는 우리의 옛 문화를 간직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안읍성을 관리하려는 문화제청과 지자체의 노력은 부단하다. 미풍양속에서부터 민속놀이에 이르기 까지 무척다양하다. 더욱이 낙안읍성관리사무소는 해마다 현지주민을 동원해 민속놀이를 재연하고 있다. 하지만 재연의 파급효과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편이다. 아마도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산업사회의 흐름 속에서 조선시대의 민속놀이와 당시의 문화를 계승하기는 역부족인 듯싶다.
역사적인 측면에서 볼 때도 사라져가는 민속놀이문화를 재연하면서 계승한다는 것, 그 자체가 역사다. 따라서 역사의 현장을 지키며 보존한다는 것은 미래가 있는 국가관을 형성한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제28회 낙안읍성 민속 문화축제장을 지켜보던 관람객들의 느낌은 대동소이했다. 행사를 주관하는 관리사무소의 무능력과 현지주민들의 손님맞이가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행사내용도 깊이가 없을 뿐 아니라 질서까지도 미흡했다는 볼멘소리다.
대다수의 관람객들은 “입장권을 구입해서 낙안읍성 내 조선시대 생활상과 사라져가는 민속놀이를 체험하려 했는데, 주민들의 짜증스런 언행으로 마음이 불편했다.”며 “가능하다면 웃음을 잃지 않는 축제장의 분위기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또 그들은 “표를 구입하는 절차도 복잡했지만 표를 확인하는 직원들의 고자세에 기분이 상하고 주눅까지 들었다.”며 “연세든 직원들의 반말과 고자세로 표를 받는 사례는 시정돼야 한다.”고 했다.
이뿐 아니다. 수많은 관람객이 모여드는 주차장 일부화장실이 고장이 났었는데도 고장수리를 하지 않고 사용불편을 겪게 했으며, 시골장터가 조성돼 있는데도 잡상인들이 노점상 행위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각종행사는 무난하게 진행됐었다. 낙안농악의 사물놀이와 순천가창무학, 상여소리는 관람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으며 볼거리로도 훌륭했다. 하지만 새롭게 구성된 상여소리는 주민들의 반발이 있었다. 왜냐하면 축제분위기에서 갑자기 죽음의 분위기로 바꿔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지주민들은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이 나이가 많아서 ‘상여소리’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잠시, 사라져가는 민속 문화 중에서 상여소리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상여소리를 들어본 적이 드물 것이다. 그러나 기성세대들에게는 익숙한 소리로 기억될 것이다. 재연과 함께 계승할 필요가 있는가에 물음표가 던져진다. 장례문화가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는 지금, 재연은 필요해도 계승은 없을 듯하다. 사람은 오간데 없지만 문화와 역사는 남아있기에 더욱 그렇다.
낙안읍성의 민속 문화축제를 지켜보는 다수의 관람객들은 순천가창무악에 관심을 가졌다. 순천지자체를 중심으로 노래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하면서 그 내용을 알고자 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일제강점기에 벽소 이영민 선생이 작사한 순천을 찬양하는 노래이며 역사다. 순천상사출신으로써 순천의 유서 깊은 명소와 유적을 널리 알리고자 판소리단가로 지은 것이다. 그 속에는 단순한 유적자랑만이 아니라 민족혼과 독립정신을 일깨우는 숨은 의지가 있다.
그리고 순천가는 50구절 768자로 구성돼 있고 경치 29곳, 유적유물 20개, 인물 15명, 산천 12곳, 사찰 5곳, 지명 7곳, 신선의 이미지가 10차례 들어 있다. 다시 말해 순천의 삼산이수의 풍수적 골격의 아름다움과 옥천서원에서 조선 중기의 처참한 사화의 현장을 담고 있다. 또 환선정에서 노니는 시인묵객의 즐거움과 유교, 불교의 교차적 순환, 연자루의 사랑이야기도 담고 있다.
이외에도 신성포 충무사에서 이순신과 그의 장군들의 전투와 민초들의 고통과 투쟁 등을 담고 있다.
아무튼 제28회 낙안읍성 민속 문화축제는 지난 15일로 끝이 났다. 조금 부족하고 미숙한 점이 있다면 보완해야 할 것이고, 박수치고 권장할 일이 있으면 활성화 되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마음들이 모아지기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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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6 08:02 송고
2023-10-16 08:04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