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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고개의 사랑 / 송 준 용
2015-07-09 오후 10:23:04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순천만의 갈대가 어둠을 밀고 오면
    시들했던 대고개는 힘을 차려
    등피닦아 석유등을 내거는 것이었다
    집집마다 색시를 두고
    찌그러진 주전자를 두고
    술도 팔고 거시기도 팔던 야간업소
    신파극은 주로 초저녁부터 시작되었는데
    밤새도록 두들기고 나면
    상다리 몇 개는 작살이 나는 것이었다


    주먹깨나 쓰는 놈 치고
    대고개에서 안 맞아 본 놈 없고
    돈푼깨나 있는 놈 치고
    대고개에서 털려보지 않은 놈 없고
    지가 무슨 춘향이라고
    이몽룡이 그네잡고 놀던 사설로 뭉개다가
    개피보지 않은 년 없다는 전설은
    경제개발5개년계획이 끝날 때까지도
    유효하였다


    모처럼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 하룻밤 몸 섞고
    주고 싶은 말, 쪽지에 썼는데
    다음날 그 쪽지를 펴본 그 건달 왈
    춘심아, 늬는 오빠 참 좋아 좋아도 못써서
    오바, 참 조아 조아라고 썼냐
    늬는 초등학교도 안 나왔냐며 다그치는 바람에
    인생이 받침 하나로 갈리는 것은 아닌데
    저 오빠가 왜 저럴까 싶어 울어버렸다는 춘심이
    그 사랑은 어디로 갔을까
    슬펐던 대고개의 사랑아
    우리 누이들의 눈물아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5-07-09 22:23 송고
    대고개의 사랑 / 송 준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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