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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명절이 지난지도 2주일이 지났나보다. 우리네 대명절인 한가위 날은 흩어져 있는 모든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그 자리는 덕담과 함께 반가움 내지는 즐거움으로 한때를 보낸다. 서로가 상대를 위하는 말과 안녕을 묻는 인사 등으로 한가위분위기는 무르익고 삶에 활력소가 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네 한가위명절은 짜증스럽고 고통스러운 한가위로 변절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형제간이 많을수록 그 짜증과 고통은 더욱 더 크고, 밝고 명랑해야할 명절분위기가 먹구름이 끼면서 어두운명절분위기로 변하기 일쑤다.
아마도 그 원인은 언행에서 비롯된 상처가 아닐까 싶다. 특히 말에 상처는 잘 지워지지도 않고 잊혀 지지도 않는다. 그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진한 상처로 가슴 깊숙한 곳에 새겨지는 것이다.
가끔 우리는 친한 사이일수록 말을 조심하라고 한다. 즉, 자신이 무심코 던진 말이라지만 상대방이 들어서 오해할 소지의 말은 삼가서 하라는 것일 게다. 그래서 덕담을 많이 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며, 상대를 폄훼하는 말은 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는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의 험담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미풍양속이 짙게 깔려 있는가 하면 유교적 철학이 배어있는 것 같다.
예부터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으로 조상을 섬기고 미풍양속을 지켜온 나라로 예의범절은 물론 언행을 매우 조심했다.
특히 대명절인 한가위와 설에는 조상을 섬기는 날로 대처에 살고 있는 친지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못 나눴던 덕담과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들로 꽃을 피운 백의민족의 후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받아들인 서구문물에 휩싸인 채로 우리네 미풍양속은 헌신짝처럼 버려지고 있다. 물론 복잡한 유교문화의 세습과 삼강오륜을 굳이 지켜달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자랑하고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미풍양속은 지켜서 문화국민의 자긍심을 갖자는 의미다.
잠시, 한가위에 대해 알아보자. 음력 팔월 보름날로 추석, 가배절, 중추절, 가위, 가윗날 등으로 불러지기도 하며, '한가위'라는 말은 "크다"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라는 말이 합쳐진 것으로 8월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다.
또 '가위'라는 말은 신라 때 길쌈놀이(베짜기)인 '가배'에서 유래한 것인데 다음과 같은 삼
국사기의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신라 유리왕 9년에 국내 6부의 부녀자들을 두 편으로 갈라 두 왕녀로 하여금 그들을 이끌어 7월 기망(旣望:음력열엿새 날)부터 길쌈을 해서 8월 보름까지 짜게 하였다. 그리곤 짠 베의 품질과 양을 가늠하여 승부를 결정하고, 진편에서 술과 음식을 차려 이긴 편을 대접하게 하였다. 이 날 달 밝은 밤에 임금과 백관 대신을 비롯해 수십만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왕녀와 부녀자들이 밤새도록 `강강술래'와 `회소곡(會蘇曲)'을 부르고, 춤을 추며 질탕하고 흥겹게 놀았다. 이것을 그 때 말로 `가배→가위라고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유별나게도 대명절분위기를 해치는 말들이 있다. 그 것은 “허황된 생각과 허세를 버리자.”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족과 친지들이 모인자리에서만이라도 진실한 대화와 함께 덕담을 주고받자는 말들이 오가면서 잡다한 이야기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다시 말해 평상시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언행들이 대 명절 때는 서운함과 오해의 소지를 빚게 되므로 가벼운 언행을 삼가고 허황된 생각과 허세를 버리는 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필자는 금년 한가위는 밤비 내리는 움막에서 보냈다. 그곳에서 흘러간 옛 노래를 편안한 마음으로까지 들으며, 잡스런 생각을 버릴 수 있었다. 특히 움막에서의 생활은 허황된 생각들이 멀어지고 허세를 부릴 틈조차도 없었다.
그 때 움막에서 쓴 시 “움막에 밤비는 내리고”를 게재한다.
움막에 밤비가 내린다/있어달라는 이슬비도/가달라는 가랑비도 아닌/한가위를 앞둔 보슬비가 내린다/움막의 적막을 깨는 빗소리는/상처 난 가슴을 후벼 파면서/잔잔해진 마음 한구석을 출렁인다/살을 섞은 사람도/피를 나눈 사람도/연을 맺은 사람도/모두가 자기만의 삶속에 묻혀 있는 밤/움막에 내리는 밤비만이/정에 허기진 사람을 붙잡고/갈증 난 풋정에서 애교 띤 애정까지/하나하나 끄집어서 밤비에 젖게 하고/움막처럼 푹석한 지나친 옛정이/까만 밤빛을 타고 내린다/밤비는 움막을 적시다가/정에 굶주린 옛정을 적시고서/밑바닥에 고여 있는 미운 정을/또다시 섞으며 멀고도 가까운 사람/식어버린 열정을 지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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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4 07:16 송고
2011-10-04 07:18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