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넓은 보리밭을 갈아 엎어
해마다 튼튼한 보리를 기르고
산돼지같은 남자와 씨름하듯 사랑을 하여
알토란 아이를 낳아 젖을 물리는
탐스런 여자의 허리 속에
살아있는 불
저울과 줄자의 눈금이 무엇을 잴 수 있을까
참기름 비벼 맘껏 입벌려 상치쌈을 먹는
야성의 꿈과 푸른 핏줄 선명히 골 패인
배가죽 속의 고향노래를
늘어진 젖가슴에 뽀얗게 솟아나는 젖샘을
어느 눈금으로 잴 수 있을까
몸은 원래 그 자체의 음악을 가지고 있지
식사 때마다 밥알을 세고 양상치 무게를 달고
설익은 나이의 수치를 내세우며
규격 줄자 앞에 한줄로 줄을 서는
도시여자들의 몸에는 없는
탐스럽고 비옥한 밭의
무한한 사랑과 왕성한 산욕(産慾)
몸을 자신을 태우고 다니는 말(馬)로 전락시킨
상인의 술책 속에
짧은 수명의 유행상품이 된 시인의 미인들이
둔부의 규격과 매끄러운 다리를 위해
채찍질을 하며 뜻없이 시들어가는 오늘
나날이 오염되고 황폐화 되어가는
저 아름다웠던 우리들의 대지에
나는 한마리 산돼지를 방목하고 싶다.
풍성한 천연의 대지를 깨우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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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7 09:0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