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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으로 비석을 세우다 / 정홍순
여수 만성리 앞자락에 쏟아놓은 검은 모래밭으로
2012-05-05 오전 12:35:12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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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만성리 앞자락에

    쏟아놓은 검은 모래밭으로

    일찌감치 들른 바다는

    팽팽히 바람을 몰아넣고 있다

    백비처럼 서서

    쓰러지지 않는 바람

    그래야지, 바람으로 세워야지

    날카롭게 끝을 갈아

    대창 같은 바람으로 세워야지

    바윗덩어리 뚫은

    맨주먹의 사람들

    그들을 따라 나온 바람과

    혼절했던 바람이 쓸려나온

    마래터널

    그 곁으로

    무참히 쓰러진 사람들

    ‘죽더라도 형제처럼 누워있으라’는

    말로 세워진 비문아래

    이름도 찾을 길 없는 총질

    바람을 가르며 쏴대는

    합동한 무덤에서

    그는 검은 모래밭에

    빗줄기 퍼붓는 날에도

    홀로 서 있었던 것이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2-04-26 10:14 송고 2012-05-05 00:35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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