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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라면/ 노영아 
화원중학교 3학년 1반 (지부장상)
2012-03-19 오전 8:18:49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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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이맘 때, 혹은 더 이전에 일찍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갔던 날이 있었다. 그 날이 토요일이었는지, 아파서 조퇴를 했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그 날은 일찍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버스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마트에 들어가 먹을 것을 사갈 생각으로 물건을 골라 계산대에 섰을 무렵, 나보다 한참이나 작아 겨우 내 어깨쯤에나 닿을 만한 왜소한, 서 계시는 것도 위태로워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먼저 계산대에 서 계셨다.
     라면 한 묶음을 계산대에 내려놓으시고 돈을 찾으시는 할머니의 모습은 어딘가 불편해 보이셨다. 아니나 다를까 할머니의 오른쪽 소매 옷자락은 비어있었다. 할머니는 작고 낡은, 그 때 즈음 유행했던 백 원짜리 뽑기에서 뽑았을 만한 동전 지갑에서 돈을 꺼내시려고 하셨다. 마른 왼팔로 힘겹게 돈을 꺼내시려는 모습에 도와드려야 하나 갈팡질팡 하는 사이 할머니는 돈을 모두 꺼내 놓으셨다. 꼬깃꼬깃 접힌 천 원짜리 두 장과 백 원짜리 동전 두어 개 그리고 십 원과 오십 원짜리 동전이 서너 개.......동전 지갑에서 돈을 다 꺼내셨음에 틀림없지만 그래도 라면을 사기에는 조금 모자란 돈이었다. 그 때 그 마트에는 나와 할머니 그리고 계산해 주시는 분까지 딱 세 명이 있었다. 할머니는 돈이 모자라자 라면을 제자리에 가져다 두시려고 하셨다.
     그러자 계산을 해 주시던 분이 할머니를 잡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할머니. 다음에 꼭 모자란 돈 가져오시고 오늘은 그냥 가져가세요.”
    할머니는 몇 번이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시고는 라면을 들고 나가셨다.
     분명히 그 라면은 할머니의 점심일 것이다. 혹은 그 날의 저녁이거나 내일 아침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손주의 부탁에 사러 나오신 것 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습을 상상하는데 왜 그렇게 가슴이 아팠는지 모르겠다. 할머니가 사가시던 라면이 왜 가시가 되어 내 맘에 박혔는지 모른다. 눈물이 날 것 같았고, 울음이 비집고 나올 것 같았다.
     그 할머니는 나와 아는 할머니도 아니었고, 그 후로 마주친 적도 없었다. 그 전에도 물론 단 한번 도 만난 적이 없는 어디에서 사시는 어떤 할머니 인지도 모를 처음 만난 할머니였다. 하지만 할머니는 내가 늙어 할머니가 되었을 때까지 기억에 남을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 먹었던 라면이, 평소에는 맛있게 먹었던 그 라면이 그토록 씁쓸하고 맛이 없는 음식인 것을 그날 처음 알았다. 이름 모를 할머니와 할머니의 뒷모습과 함께....
    점점 더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고 있다. 노인인구는 늘어나는 반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면 노인 복지 시설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실제로 돌보아줄 가족들 없이 홀로 싸늘히 생을 마감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고, 하루에 한 끼니도 해결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많다. 뉴스로 전해지는 홀로 집에서 돌아가시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발견되는 사건을 접할 때 마다 가슴 한켠이 싸하고 슬펐던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한 평생의 삶을 가족과 사회와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노인 분들에 대한 문제가 더 관심 있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금의 나는 그저 지금 살아계시는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손발이 되어드리는 것과 주변의 독거노인 분들을 찾아뵙고 손도 얼굴도 팔, 다리등도 어루만지면서 말벗을 해드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중․고등학교 시절 열심히 공부하여 대학은 사회복지학을 전공하여 지금의 우리가 있게끔 한 평생을 바치신 그분들을 행복한 삶으로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2-03-19 08:1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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