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변환_2011년11월%2030일%20001
오늘따라 학교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쓸쓸하다.
옷깃을 스치는 바람결이 차갑게 느껴지니, 할머니가 더욱 보고 싶다.
동네 입구에 들어서도, 마중 나오던 할머니의 모습을 이젠 볼 수 없으니 마음이 허전하다.
할머니!하고 내가 부르면 우리 강아지하고 금방이라고 할머니가 달려 올 것만 같은데…….
할머니는 항상 농사일로 바쁘신 어머니 대신 울보인 나를 등에 업고 키우셨다.
내가 심심할까봐 들려준 할머니의 귀신 이야기, 잠이 안 오면 할머니의 쭈글쭈글한 젖을 만지며 잠을 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초등학교 때 할머니와 소풍 가라는 어머니에게 화를 내며 할머니와 소풍을 갈 거면 차라리 소풍을 가지 않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그 때는 늙은 할머니를 왜 그리 부끄럽게 생각되었는지 …….
늙으셔서 말귀를 못 알아들으시는 할머니에게 짜증도 많이 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후회스럽다.
구부정한 할머니의 등도, 주름진 할머니의 얼굴도 사랑의 흔적인데…….
요즘 마음이 울적할 때 할머니 생각을 하면 할머니의 따스한 손길이 생각이 난다.
어렸을 적 배가 아플 때는 할머니는 거친 손으로 내 배를 만지면 거짓말처럼 배 아픈 것이 사라지고 스르르 잠이 들 곤 했다.
할머니의 거친 손은 약손이었다.
어느덧 내 나이 18살이 되었다.
늦가을이면 파란 하늘 밑에 반짝 반짝 빛나는 노란 은행잎처럼,
전 할머니의 사랑으로 이만큼 자랐습니다.
할머니, 철모르고 늘 할머니에게 투정만 부려도 늘 품에 안아 주셔서 전 마음 든든했습니다.
할머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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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6 09:5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