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산비둘기가 길을 따르다
온 몸으로 유리창 고이 받은 채
대리석 계단바닥으로 엎어져
산 그림자 차근히 지워내고 있었다
산보다 더 신성했던 길일까
예배당 문 앞에 써놓은 수라장 문자
차돌멩이처럼 단단했더라면
박살내고 부서진 만큼 꽃처럼
두상화가 붉게 피었을 것이다
정오의 일식
태양보다 강하게 돌진했을 살덩이
눈 밝고 귀 밝은
늙은 쥐 닮은 주신의 가르침 깨지 못한
쓸쓸한 자식이 되어 중단한 길,
애석할 식구도 살붙이도 불언한
고약한 생을 시작하였다
투명한 이별을 시작하였다
너는 그렇게 가난해졌다
하찮은 수에 걸려들었고 백주에 벌어진
무중에 실은 깨진 별이었다
봄은 벼루 앞에 뚜껑이 열린 붓끝*이랬지
여백의 선으로 숨겨진 시름의 끝이
언제 적부터 내 인연이었는지
시름 달에 너를 보면서 나를 알았다
몸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몸으로 있는 존재임**을 알았다
이 한 수 지어준 대양건너
에크하르트 톨레에게 정중히 목례 바친다
거부당해보자 쫓겨나보기도 하자
더 푸른 하늘로 내몰려보자
새인 네가 널 날려 보냈듯이
쿵하고 낙점 하나 바르게 찍어보는 것이다
*김성렬의 수필「황사바람」에서 빌려 씀
**에크하르트 톨레의 책『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에서 빌려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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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1 10:3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