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겨울이 온성 싶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찬바람이 살갗을 시리게 한다. 올해도 마지막 달, 12월을 남겨둔 채 서서히 저물고 있다.
이 맘 때쯤이면 한산하면서도 고즈넉한 여수오동도 동백숲길을 걸어야 한다. 그 길에는 은빛바다가 짙푸른 외투 깃을 세워 입고 멀리 바라보이는 수평선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파에 시달린 육신은 물론 심적 고통까지도 바닷바람에 날려 보내고 동박새가 속삭이는 애정표출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바닷길 그 길에는 동백숲길이 있다
피멍든 상처
이파리로 가려주고
맥없이 끌려 다닌 시간
꽃송이로 수를 놓는
동백나무 우거진 숲길을 걷는 사람이 있다
휴우우! 고단함을 독백으로 달래는 길이지만
도톰한 동백잎에 푸른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상긋한 내음
싱그러운 공기를 내 뿜는 길이다
가지가지 사이로
붉게 매단 빨간 편지는
미처 부르지 못했던 이름
깜박 잊고 전하지 못했던 사연
동박새가 물어 나르지 못한 서러운 이야기들이
세상파도를 타지 않고 눈보라에 흩날리고 있다
동백숲길 걷는 사람은
지아비 바닷길로 보냈던 동백아가씨 넋을 쫒고
동백나무 숲을 떠나지 못한 백안작 동그라미에 빠져
무서리 내린 동백숲길 모퉁이를 돌고 돈다
동백숲길 걷는 사람
그 사람은
젊은 날에 흉터로 남은 아픈 기억을
떨어진 동백꽃잎으로 뭉개고 있다
(필자의 동백숲길 걷는 사람들 전문)
지난주였다. 회식자리가 있어 여수오동도를 들렸다. 붉은 동백꽃 떨어진 자리에선 사랑이 피어나듯 오동도 그곳에는 겨울답지 않게 따뜻했으며, 관광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그렇다. 전남도 여수 앞바다에 자리잡고 있는 오동도는 사시사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동백꽃이 피지 않는 이 맘 때면 동백숲길을 걷는 관광객들이 드물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오동도를 잇는 길이 768m의 긴 방파제를 통해 "동백섬"을 들어왔다가 그 주변관광에 만 그치고 동백숲길을 거닐지 못한다.
더욱이 단풍지고 꽃이 피지 않는 11월 말경이면 동백숲길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되돌아가는 것이 통례다.
하지만 여수오동도 동백숲길은 많은 이야기가 널려있고 역사가 숨어있다. 사람들에게 직간접적으로 혜택을 주는 힐링 문화에서부터 역사에 이르기까지 동백숲길은 생생하게 전해준다.
일 례로 동백숲길로 이어지는 시누대밭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장군이 직접 심어서 화살을 만들어 썼다는 역사가 숨어 있어 일명“대섬"이라 불리기도 했다.
현재 오동도 곳곳에는 이 섬의 명물인 동백나무와 시누대를 비롯해 참식나무, 후박나무, 팽나무, 쥐똥나무 등과 같은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현재 "오동도"라고 이름을 지어 부르게 한 오동나무는 애석하게도 찾아보기 힘들다. 먼 옛날 섬 전체를 가득 메웠다는 오동나무 대신 지금은 동백나무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이외에도 여수오동도 동백숲길에는 애틋한 사랑이야기부터 서러운 이야기보따리가 싸매져 있다.
아무튼 여수오동도 동백숲길을 걸어보자. 동박새 사랑을 비롯해 바다에 얽힌 사연 그리고 수평선이야기가 발끝으로 전해져 힐링으로 다가온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4-11-27 11:08 송고
2014-11-27 11:09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