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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삶은 정으로 살아 간다 / 김용수
2016-06-17 오전 9:02:10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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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삶은 정을 맺기 위해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먹고 자고 입는 의식주에서부터 고도의 문화생활까지, 정을 맺지 않은 것은 없다. 모두가 정으로 이어지고 정으로 얽힌 삶을 살아간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으로 모든 사물을 지배하면서 살아간다. 무생물에서부터 생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물을 관장하면서 직간접적인 정을 맺고 있다. 아마도 그것은 가슴 속에서 우러나오는 감정과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두뇌를 지녔기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인간의 삶 속에서 정이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 비근한 예로 길가에 나뒹구는 하찮은 돌멩이라도 자주 보면서 귀이 여기면 정이 붙는다. 반면 값비싼 보석이라도 눈밖에 두고 관심을 갖지 않으면 정이 가지 않는다.

     

    따라서 삶과 정은 우리 인간사에서 떼 자도 뗄 수없는 부득불한 관계를 지녔다. 곧 삶은 정이고, 정은 삶으로 정과 삶은 뒤엉켜 있는 것이다.

     

    필자는 “삶은 정이다”는 자료를 수집하고 조그마한 생활기를 작성하기 위해 전남 순천 청암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했다. 그리고 입학에서부터 졸업까지의 시간들을 주워 모아 ‘밤의 강의실’의 실체를 그려 볼까 한다. 그 속에는 담담한 우리의 삶이야기가 조잘거릴 뿐 아니라 정든 시간들이 줄줄이 엮어지지 않을까 싶다.

     

    세찬 눈보라가 휘날리던 2014년 12월이었다. 순천 상사면을 거쳐 낙안면 길로 접어들 무렵이었다.

     

    “당신, 내 말좀 들어줘, 더 넓은 대인관계와 먼 안목으로 사회복지학과를 다녔으면 좋겠다. 당신 같은 사람은 희생, 봉사라는 개념을 알고 사회적으로도 영향력이 미치기 때문에 꼭 사회복지학과에 입문해서 소외된 삶들의 손발이 되고 그들의 삶의 활력소가 되어야 해”라고 순둥이는 말했다.

     

    “아니, 내 나이에 또 다시 학교를 다녀야 한단 말인가? 소외된 삶들의 손과 발이 되어달란 말은 값진 말인데 꼭 사회복지학과를 다니고 그 학과를 졸업해야만 하는가? 더욱이 나의 삶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한 주제에 무엇을 어떻게 하란 말인가?”라고 나는 순둥이의 말에 짜증 섞인 어조로 반문했었다.

     

    하지만 순둥이의 말은 나의 뇌를 떠나지 못하고 한쪽 언저리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자꾸만 떠오르는 순둥이 말 속에는 정과정을 논할 수 있는 인연과 필연이라는 단어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래, 순둥이의 말이 옳다.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생소한 분야의 공부를 시작해 보자. 사회복지학과에서 또 다른 학문을 배우고, 밤의 캠퍼스의 생활을 시도해보자.”라는 생각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순천 청암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을 했다. 야간이라서인지, 만학도의 학생들이 절반을 넘었다. 뒤늦게라도 향학열에 불타고 있는 그들의 삶 앞에서 또 다른 연민에 정을 느꼈다. 그들의 인생역정은 뒤로 하더라도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어서도 배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사실에 감회가 새롭다.

     

    무엇이 정이고 무엇이 삶이더냐? 는 물음표와 함께 우리들의 캠퍼스 생활은 시작됐다. 더욱이 만학 도들이 겪었던 삶의 편린들이 눈가에 이슬을 맺게 하고 서로가 끌어 안아주는 풋풋한 정을 느끼게 했다.

     

    캄캄한 어둠 속을 뚫어가며 밤의 강의실을 찾는 그들에게 캠퍼스도 교수도 학생도 모두가 한마음으로 반겼다. 밤의 강의실은 화기애애했다. 어린자녀 같은 학우를 비롯해 오누이 같은 학우들도, 모두가 한마음 한 뜻으로 밤의 강의실을 찾고 그 시간만을 기다리는 분위기로 승화됐었다.

     

    정은 인간 본성의 하나다. 그것은 인간 내면의 속성이면서도 인간 행위의 양태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서 그것은 인간의식의 내용이 됨으로써 인간관계의 매듭을 엮은 기능을 다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이 인간 존재론과 인간의 사회적 관계론 안에 국한되어 있지는 않다.

     

    현재로서는 감정과 거의 동의어일 수 있는 정은 인간본성과 관련된 사회윤리적인 것이면서도 아울러 심미(審美)적인 것이기도 해서 서정(抒情)과 거의 동의어일 수도 있다.

     

    따라서 정의 다양함을 예상할 수 있다. 인간본성, 수양, 인품, 인간관계 등에 걸쳐 쓰이면서, 자연을 대상으로 삼은 시적(詩的) 체험에까지도 쓰이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우리의 삶은 정이다. 그 정을 위해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인연도 악연도 필연도 모두가 끈끈한 정에서 비롯돼 승화되는 것이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6-06-17 09:02 송고
    우리들의 삶은 정으로 살아 간다 / 김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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