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말로 "참말" 하기에 대한 경이(驚異)
정홍순 제2시집 “물소리를 밟다”가 출간돼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달 24일, 시인동네에서 변형국판 125*204 / 124쪽으로 발행된 이 시집은 고향의 언어로부터 태어난 ‘참말의 세계’와 참말로 ‘참말’하기에 대한 驚異(경이)를 엿 볼 수 있다.
정 시인의 작품은 자신의 가장 아픈 가족사에서 출발해서 그가 기억했던 집과 고향, 그리고 사라져가는 옛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동화처럼 그려내어 그 향취가 물씬 풍긴다. ‘참말’을 ‘신봉’하는 자신의 시작 방향을 작품을 통해 강력하게 드러낸다.
게다가 한이 서린 남도의 판소리가락을 넘나드는 토속적인 사투리로 엄마 품과 흡사한 고향이미지로 각인되고 있는가 하면 백제의 방언들이 수수하게 전해지는 등 따스하다 못해 강열하게 표출되기도 한다.
시인동네는 정 시인의 이런 시작 태도와 방향에 따라 이번 시집을 제작, 구성했다고 피력했다. 그는 충남 태안 남면에서 태어나 2011년 《시와사람》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해 제1시집 “뿔 없는 그림자의 슬픔”에 이어 두 번째 시집으로 “물소리를 밟다”를 펴냈다. 이번 시집의 특징은 ‘지역→장소→거처’로서의 ‘고향’의 의미를 새롭게 해주고 있다.
해설을 쓴 백인덕 교수는 말했다.
정 시인은 이미지의 편린(⽚鱗)이거나 서술을 완성하지 못하는 언어(말)로서의 고향이 아니라 살아있었고, 현재도 살아 변화하며, 그렇게 변하면서 지속하게 될 생명으로서의 고향을 살려주었다. 살아있게 될 것이란 믿음은 일정 부분 누군가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는 상실에서 비롯한다.
정홍순 시인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상실에의 자각이 ‘전승’을 꿈꾸게한다. 전승이란 있는 대로를 물려주는 기계적 인계(引繼)가 아니다. 자기가 발견한 의미와 후대에 나름의 의미로 생장할 가능성을 함께 공유하면서 건네는 것이다.
그전부터 마(麻) 장사치들이 장시했다고
마근포(麻斤浦)라 부르다가 천연스레 물너울 막던
방파제라서 막음이라고 마금포라고도 했다가
도적떼들이 바다에 칼 갈아 훈련했다고
마검포라 부르는데 누가 알겠어만 흔하게
마근개로 갯바구니 들고 다녔으니
—「해당화」중에서
포구의 이름 변천사를 상세히 들려준다. ‘마근포→마금포→마검포→마근개’로 지명 하나가 변하는 이유를 깔끔하게 정리해서 들려주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작품으로는 「세평 놀이」가 있는데 주석을 통해 그 의미를 명확하게 하고 있다.
나는 고향 말을 신봉한다
내 귀에 새겨진 이름들이
나를 느끼며 살게 하는 혼령이시다
언어가 하나이던
시날 평지는 나와 상관이 없다
내 조상의 말, 짐승들을 부르고
—「풍년초」중에서
또 정 시인은 말한다.
꽃이 슬픈 이유가 있다.
피고 또 피고
다시 또 피어
꽃이 아닌 적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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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5 11:15 송고
2017-09-06 16:06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