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 교수
우리와 비슷한 박람회인 고양국제꽃박람회는 15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는 동안 상업적 성격과 일회성 행사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지역민과 융합되기보다는 점차 고립되어 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반대로 일본의 미야자키시는 국내외에 성공적인 정원도시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도시는 도시를 가꾸는 일에 관이 주도하거나 민간에만 맡겨 둔 채 방치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주체가 함께, 그리고 꾸준히 사업을 전개해왔다고 한다. 그리고 정원과 꽃을 활용한 단편적인 축제를 여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경관'의 개념 아래 접근했기에 지금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한다.
미야자키시는 1984년 시 60주년 기념 시민운동으로 ‘마을에 꽃과 신록을 늘리는 운동’을 추진해 왔었지만 이 운동이 생명력을 얻게 된 것은 2001년 꽃 애호가 23명이 꽃밭 만들기 네트워크를 수립하려는 목적으로 오픈가든을 설립해서 현립병원 꽃심기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라고 한다.
정원박람회를 앞두고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볼 대목이다.
순천을 찾아온 방문객이 잘 꾸며진 정원박람회장과 순천만의 아름다운 자연을 구경하고 나와 식사를 하거나 잠자리를 구하기 위해 시가지에 들어섰을 때 다음과 같은 인상을 받는다면 고양꽃박람회와 무엇이 다를 것인가?
"시민의 땀과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인위적인 꽃밭, 지나가는 사람들과의 교감이 없는 수목 등 나무가 많고 꽃이 많다고 해서 메마른 도시가 아름답거나 풍요로워 보이는 것은 아니다. 나무의 껍질은 공해로 썩어가고 있고, 과실은 생기 없이 쭈글쭈글 매달려 있다. 꽃은 단색 일색, 일자로 반듯하게 줄지어 심어져 있다. 혹은 여러 종류의 꽃을 전문가의 손을 거쳐 심어본들 오십보백보다. 재미가 없다. 참여도 없다. 없는 거 보다야 낫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지나가는 사람의 발걸음은 잠시 잡아 둘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한다. 교감할 수 없고, 교감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두지 못해서다."(뿌리센터,박상현)
"생태수도"라는 말의 생태는 사람이 빠진 동식물들만의 삶의 양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생태는 사람과 자연이 잘 어우러져 서로 돕는 삶의 양식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순천시민의 삶의 양식 자체가 그들과 잘 어울어진 모습으로 나타나려면 시민의 삶의 공간 즉 각 가정에서 자연과 어울러지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지난봄 동천변에서 벌어졌던 에코지오페스티벌이라는 축제에서 순천시는
"한 평 정원 콘테스트"를 벌인 바 있다. 한 평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로 자기가 정한 주제를 넉넉하게 표현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많은 흥미를 갖는 것을 보았다.
정원박람회 기간 동안에 순천의 마을과 아파트 빈 공간에서 이러한 한 평 정원 가꾸는 일들이 벌어졌으면 좋겠다. 골목 반상회에서, 아파트 주민 자치회에서, 각종 단체와 사업체에서 이러한 일들이 자발적으로 벌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순천시는 다시 찾고 싶은 도시가 될 것이다. 또한 일자리가 늘어나고 소득도 올라갈 것이다.
소득은 자기를 찾아 아등바등 각박한 마음으로 쫓아가면 멀어지고, 반대로 관심이 없는 듯 넉넉한 마음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만 하면 제 발로 찾아오는 역설적인 존재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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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7 10:0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