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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쏟아지는 길목에서 / 김용수 시인

2013-09-20 오전 9:57:59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김용수1

     

     

    추석명절을 앞둔 가을비가 쏟아지고 있다. 하늘이 컴컴해지면서 번개 불이 번뜩이고 천둥소리가 천지를 진동한다.

     

    이런 날일수록 서민들의 마음은 심란하다. 명절은 다가오는데, 야위고 텅 빈주머니만을 만지작거리는 서민의 심정을 어느 누가 알 것인가? 폭등한 물가고에 한숨만을 내쉬고 있는 저소득층에 생활고를 위정자들은 알고 있는 것일까? 과연 돈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들로 머릿속은 복잡하다.

     

    어쩌면 “오발탄”같은 삶을 살아가는 인생이 바보라고 느껴지면서 빨간불이 켜진 인생길목을 서성거리고 있는가 싶다. 특히 가을비 쏟아지는 길목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서민들의 심정은 동감이지 않나 싶다.

     

    빨간불이 켜진 건널목에 멈춰선 그들의 생각은 오직 빈곤과 가난을 이겨내려는 괴롭고 힘든 긴 시간으로 느껴질 것이다.

     

    일례로 어느 서민의 이야기를 엿볼까 한다. 그는 10년 넘게 어느 은행을 거래(마이너스 통장)해 왔다고 한다. 대출기한이 만기가 되서 재 약정을 하거나 갚아야 한다는 통지를 받고 재 약정을 하기위해 그 은행을 찾아갔다는 것이다.

     

    담당은행원은 재직증명서를 비롯해 소득세원천공제. 국민연금산정. 등 여러 가지의 제반서류 등을 가져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하는 수없이 창피를 무릅쓰고 회사에 그 사유를 말하고 서류를 발급받아 은행에 제출했었다고 한다.

     

    이런 과정에서 그는 가슴이 떨리고 무거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은행 빚을 쓰는 자신의 처지가 안타깝고 처량해 보였으며, 혹시, 안 되면 어찌할까? 하는 조바심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초라함을 감추기 위해 여느 때와 달리, 의복을 말끔히 차려입고 정중한 자세로 은행원이 묻는 말에 고분고분 대답했었기에 더욱 긴장되고 떨렸는가 싶다.

     

    그는 말한다. “은행의 대출부서에 가면 늘 느끼지만... 은행원 쪽의 자리는 의자높이에 맞게 되어 있어서 편안해 보이고...내가 앉은 손님 석은 의자에 앉으면 테이블이 너무 높아요.. 어린이가 책상에 매달린 것처럼...그 은행원분이 서류심사하고 신용심사 하는 동안 침이 마르는 침묵을 애써 삼키고.. 그렇게 10여분쯤 지난 것 같은데.. 은행원분이 ‘선생님은 신용등급이 안 좋아서 재 약정이 어렵겠네요... 상환하셔야겠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접한 그는 막막함과 높다란 은행문의 실감을 직접적으로 느꼈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서민들보다도 저소득층들의 삶의 편린들은 추석명절을 앞두고 더욱 더 고달프지 않을까 싶다. 월세가 밀리고 전기와 수도가 끊기는 삶, 그런 삶을 살고픈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언제인가 필자는 “가난은 대물림이다.”라는 말을 되새김질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에서 부자도 빈자도 권세도 대물림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었다. 즉, 우리나라 현실에서 대기업들의 부 물림은 물론 위정자들의 권 물림 등 여러 가지의 물림이 대를 이어가고 있는 실태다.

     

    추석명절을 앞두고 가을비 쏟아지는 길목에 섰다, 그 길목에서 서민의 애환을 그려본다. 언제나 빗방울로 그리는 연못위의 동그라미다.

     

     

    세차게 쏟아지는 가을비는

    비껴간 인연을 잇고 잇는 동그라미다

     

     

    빗물처럼 흘러갔던 시간들

    빗발사이사이를 끼어 다니고

    잃어버린 정

    잊었던 사람

    비에 젖은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다

     

     

    빗줄기 따라가고

    빗줄기 따라왔던

    동그라미는

    천사의 눈물도

    하늘의 슬픔도

    아니다

    어린 날 보았던 까만 눈동자다

     

     

    촉촉하게 젖은 까만 눈망울에서

    살며시 떨구는 눈물의 알갱이다

     

     

    야윈 삶이

    토막토막 이어지는 장터에서

    가을비에 젖고 젖은 사람들이

    빗방울처럼 동그란 동그라미 그리며

    동전을 주고받다가 돈을 세고 있다

     

     

    가끔씩

    번개 불로 지져대고

    천둥그물 둘러치며

    수많은 동그라미 그리게 하는

    부처도 예수도 하늘도 얄밉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3-09-15 12:43 송고 2013-09-20 09:57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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