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항운노조 전·현직 위원장 3명이 노조원들의 조합비를 쌈짓돈처럼 쓰다가 정치자금법 위반과 횡령, 배임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는 등 말썽을 빚고 있다.

5일, 광주지법 순천지원에 따르면 고흥항운노동조합 이 모(57) 초대 위원장과 김 모(53) 2대 위원장이자 전 고흥군의원, 김 모(57) 현 위원장을 정치자금법위반과 업무상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집행유예와 벌금, 추징금 등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판결문에서 김 전 의원은 2010년 5월 선거사무실에서 이 씨로부터 선거운동자금 명목으로 현금 1,000만 원의 정치자금을 교부받았다고 했다.

또 이 씨는 그해 7월 노조 회의에서 “김 의원이 있으면 노조 입장에서는 바람막이가 될 수 있으니 매월 100만 원 씩 4년간 지원해주자”고 제안했고, 다른 노조원의 동의를 얻어 100만 원씩 지원해주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김 전 의원에게 정치활동 지원금 명목으로 3년 동안 모두 3,600만 원의 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또 지난 2009년부터 경비지출 내역을 속이거나 노조원들의 노임을 빼돌리는 등의 수법으로 1억1,400여만 원의 돈을 횡령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현 위원장인 김 씨는 이 씨와 짜고 지난 2008년 7월 노조원들에게 돌아가야 할 지게차운행 수입 가운데 3천만 원을 빼돌려 지인이 노조에 부담할 채무를 면제해주면서 노조에 손해를 끼쳤다.

재판부는 초대 위원장 이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60시간, 2대 위원장 김 씨에게 벌금 1,000만 원과 추징금 4,600만 원, 현 위원장 김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각각 판결했다.

2대 위원장 김 씨와 현 위원장 김 씨는 이번 판결에 불복하고 항고했으며, 현재 노조원들은 지도부 불신임과 함께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소청을 노동위원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항운노조는 현 부위원장 겸 소장 박모씨를 업무상횡령 등으로 순천지청에 고소, 현재 수사 중에 있어, 점입가경으로 파문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봉규 취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