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또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낙엽이 나뒹굴다가 찬바람이 매섭게 불어오는 12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 두터운 외투를 걸치고 목도리를 감고서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어딘가 모를 쓸쓸함과 외로움이 묻어나고 있다. 지나버린 시간들, 그 시간들을 반추하는 12월, 순천연가의 길목은 시리다.
한 시절은 연두 빛 설렘으로 피어나고
한 시절은 푸른 빛 로망으로 펄럭이고
한 시절은 붉은 빛 단풍으로 물들이고
한 시절은 밤색 빛 낙엽으로 나뒹구는
당신의 침묵은 무슨 이야기일까요
그 옛날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도 아니고
지난 날
갑돌이와 갑순이 이야기도 아니고
오늘 날
반려동물과 식물의 이야기도 아니고
먼 훗날
바람개비와 별들의 이야기를 담은
당신의 색깔은 어떤 비밀이 있을까요
비바람을 견디고
눈보라를 이기며
푸릇하게 자라온 시간들이
대롱대롱 매달리는 시간들이
낙엽으로 떨어지는 시간들이
마냥 그리워지는 오늘
당신의 흔적조차 희미해지는 지금
떨어진 낙엽을 주워보니
따뜻한 사랑인 것을
흐르는 세월인 것을
(필자의“낙엽의 침묵”전문)
똑 같은 시간 속에서도 12월의 시간은 빠르게만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 각종 모임에서부터 행사에 이르기까지 예약된 시간들이 즐비하다. 특히 온정을 주고받는 시간과 세월의 흐름을 아쉬워하는 시간들을 맞이할 것이다.
사람들은 흐르는 시간을 붙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붙잡고 싶은 욕망이 가득하다. 더욱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일수록 그 이미지를 오래토록 간직하고 싶은 게 시림들의 심리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붙잡지 못한 시간을 묶어두는 기억과 추억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끔 필자는“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다윗왕과 솔로몬왕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반지현상을 느낄 수가 있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라도 기억하고 싶은 일과 기억하고 싶지 않는 일이 교차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삶의 이미지가 다르겠지만 공통된 삶의 이미지는 행복추구가 아닐까 싶다.
생의“희로애락”은 누구에나 있다. 사람들은 네 가지 감정 속에서 자신들의 고뇌를 다독이면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기쁨과 노여움 그리고 슬픔과 즐거움은 사람들의 순수한 감정일 것이다. 어쩌면 희로애락도 순간의 감정으로 순간에 지나가는 시간일 뿐이다.
이런 감정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12월, 순천연가는 시리다. 맛과 멋 그리고 휴식공간의 아름다움을 곳곳에 지니고 있는 순천이다. 연인들은 물론 가족과 친지 지인들의 초대장소로도 각광을 받고 있으며 온정이 스미는 곳이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순천은 시림의 미학을 베풀고 있다.
가슴으로부터 시려오는 감정은 숨길 수가 없다. 그 중에서도 연민의 정은 더욱 더 시리다. 어려운 이웃들의 삶, 그들의 12월은 시릴 수밖에 없다. 동장군의 매서움은 온정으로 녹인다고 한다. 김장김치 나눔과 함께 스며드는 온정이 따스하다. 시리고 시린 12월을 온정으로 베풀었으면 좋겠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따뜻한 미소까지 곁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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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2 10:21 송고
2022-12-12 10:22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