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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 찌뿌린 하늘은 소나기를 퍼부을 것 같다. 연꽃을 보고픈 마음으로 연꽃 나들이 길을 떠났다.
연꽃은 필자에게 있어 보고픔과 그리움의 대상이다. 하얗게 피어오른 백련송이를 보노라면 멀리 떨어져 있는 어머니와 형제들이 보고 싶고, 어린 날의 추억이 되살아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과 들이 푸르렀다. 비에 씻긴 나무의 이파리와 풀잎들이 연 녹색 밝은 빛을 토하고 신선함을 더해주고 있었다. 그 신선함에 취해서인지 나는 사색에 잠겨 또 다른 연꽃 추억을 더듬었다.
보성 대원사에 도착했다. 초입에서부터 연꽃의 아름다운 자태가 눈에 띄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물통에 진흙과 물을 담아서 키운 연들이 길가로 피어 오고 가는 탐방객을 반기고 있었다. 어느 곳에는 띄엄띄엄 놓여 있었고 어느 곳에는 즐비하게 놓여 있는 인공연꽃 물통에서 조금은 역겨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연꽃 길을 조성한 정성과 성의에 고마움과 감사함을 보내기도 했다.
아기 넋을 달래고 기도한다는 대원사 연못은 많은 종류의 수생식물이 자생하고 있었다. 노랑색 꽃을 피우는 식물을 비롯해 빨강색. 보라색. 하양색. 주황색. 등 갖가지의 색깔로 피어 있는 ‘둠벙’ 같은 연못이었다. 그 중에서 내가 알고 있는 꽃의 이름은 수련. 백련. 홍련뿐이었다. 둠벙의 수면 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비개인 하늘은 필자일행을 무안 회산백련지로 내 몰고 있었다.
메타세쿼이아가 우거진 가로수를 지나칠 때는 자신도 모르게 “우아”하는 탄성이 흘러 나왔다. 짙은 녹색의 이파리가 부채꼴 식으로 펼쳐져 있고 세월의 흐름을 말해주는 듯한 아름드리 성목이 즐비하게 서 있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가로수의 풍광에 사로잡혀 있는 사이, 어느덧 필자일행은 보성읍을 지나치고 국도 4차선을 달리고 있었다. 순천_목포를 있는 국도여서인지 노면이나 도로 폭은 고속도로에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신호등과 이면도로로 빠지는 도로들이 곳곳에 시설되어 고속도로와는 사뭇 달랐다.
해남군을 지나 영암군에 들어서자, 운전대를 붙잡은 친구는 “내친김에 월출산을 둘러보면서 가자”고 일행들에게 의사를 전했다.
월출산 무위사에 도착한 우리는 옛 선인들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찰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그 시대의 인걸은 간데없으나 그들이 남기고 간 흔적과 체취는 조금이나마 찾아 볼 수 있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우리는 월출산 중턱으로 뚫려있는 지방도로를 따라서 목적지인 무안 백련지를 향했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펼쳐진 전경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잿빛 하늘아래 기암괴석으로 둘러친 봉오리들은 안개비가 오르내리고, 녹색 이파리로 생 울타리처럼 조성된 녹차 밭엔 빗방울이 뒹굴고 있었다.
눈앞을 스치는 풍광이 바다로 이어지면서 목포 앞바다를 막고 선 영산강 하구언에 다 달았다. 이곳 하구언은 영산강으로 침입하는 바닷물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강어귀의 넓이와 수심을 일정하게 유지키 위해 쌓은 둑이다.
드디어 무안 ‘회산 백련지’에 도착했다. 흐릿한 날씨 속에서도 연잎들은 푸른 생기로 반짝였다. 둥그렇고 푸른 연잎은 마치 새색시가 넓은 치마를 입고 한 바퀴 뱅그르 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순간 청색의 추억들이 떠올랐다.
오랜 그날을 기억하기엔 어쭙잖았다. 진흙 속에서 피워 올린 꽃, 아니 뿌리의 희생으로 피어나는 연꽃은 어머니 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푸른 큰 잎 너울거리는 널따란 방죽, 그 사이사이에 솟아오르는 연꽃송이는 어머니 꽃으로 피어나고 늘 미소 띠우며 또 다른 사람들의 삶을 다독인다.
연꽃이 피어나는 계절이 오면, 효성 지극한 심청이를 떠올리게 할 뿐 아니라 사랑으로 다독이는 우리들의 어머니상을 연상케 한다.
아무튼 연꽃나들이는 그리움의 날개를 펴게 하고 현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미풍양속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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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6 05:4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