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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명중으로 박혀든 것은
한 삼십년쯤 됐을 거다
벌어진 어깨 덩치는 소담했어도
청년의 태가 엉성할 무렵
겨울바람이 칼끝 같던 초저녁이었다
문상 간 아버지 늦도록 찾아 헤매다
억새포기에 꿩처럼 박혀 싸늘해진 몸
들쳐 업고 산등성이 떡하니 오를 때
목 놓아 울던 아버지 울음소리에
소리 없이 울고 섰는데
희뿌연 달이 가슴속으로 꽂혀들었다
그 후 달은 박혀
내 나이를 같이 먹기 시작하였고
서러움 깎아내기 전
아버지와 나는 서로 한 번씩 업혔다
해미 당산 갈 때 내가 업혔고
동사 직전 아버지 업어
부자간에 단 두 번 월식을 이뤘다
이제는 나 홀로
알프스의 찬 달을 보고 있다
많이도 따뜻하던 빛이
내 속에서 끌려 나가는 지금
덩실거리는 달빛 젖은 백조의 호수
양떼들의 푸른 언덕에서
울창한 삼나무 만년설위에
안아도 추운 달 한 동이 기울어
싸늘히 빛나는 밤
마지막 한잔 권치 못한 내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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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4 08:2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