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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의 말을 듣다 / 정홍순

2014-01-26 오전 10:19:10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까치가 요즘 들어서 반말을 자주한다

    촌것이라 그러려니 하면서도 분질러대는 말본새

    치사받기 어렵다

    갓, 갓

    친할수록 버르장머리가 수그러드는 줄

    잘라 던진 말이 호박씨 박히듯 딴딴하다

    무장 좋은 일 줄어지는 동년에

    작년가을 늦도록 여남은 개 더

    감나무다 남겨둔 꼭지만 달릴 동안

    손대지 말았거든 그 주둥아리는

    갓, 갓

    개마냥 짖어댄다

    묵은해 물어내기가 힘겨운 마들가리 어찌 없느냐

    흘러가는 분초 면밀히 알 것이다

    우린 그 마저 가라 못하고

    잠자는 영 그대로 두고 사는 너의 반말을 듣는다

    허공에 새긴 세기의 암호 읽어대는 아침

    갓, 갓

    이름말 하나쯤 입에 넣어 구슬려보잔다

    줄줄이 엮어 말린 열 마리 조기

    열 모숨 고비나물 밥반찬처럼

    햇살에 흔들어 걸어둔 말끝을 뜯어 맛보는

    맛있는 반말

    갓, 갓

    너나 우리 올 해는 풍년들것다

    네 살림집 풍물 물어둔 반말의 높다란 자리가

    한 척이나 더 높아지는 것이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4-01-26 10:19 송고
    까치의 말을 듣다 / 정홍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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