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펄! 펄! 펄! 하얀 눈발에 뒤덮인 순천! 눈꽃이 피고 있었다. 순백으로 변해버린 순천만국가정원과 낙안읍성을 비롯해 선암사, 송광사 등 온 산야가 새하얀 눈꽃을 피웠다. 동심이 발동한 사람들의 발놀림은 부산했다. 어린 날의 추억을 되살리려는 듯 눈밭을 걸으며 밟아도 본다.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클래식처럼 들려온다.

지난 7일부터 내린 눈은 순천만국가정원과 낙안읍성을 순백의 동화나라로 만들었다. 하늘의 섭리를 그대로 반영한 대자연은 설경을 자랑이라도 하듯 눈부시게 빛났다. 아마도 겨울 정원의 특성을 보여주고 싶었는가 싶다. 자연이 선사하는 특별한 선물로, 이 계절에만 만날 수 있는 감동을 선사했다. 어쩌면 설경 속에서 고요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정원의 모습을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겨울 추억으로 선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입춘을 보듬은 눈발이

발길을 붙잡고 있다

하얗게 새하얗게 뒤덮인

내고향 산과 들은 온통 은빛세계다

한 송이 두 송이 눈꽃송이를

헤아리는 소녀의 눈동자에

동심이 그려지고 엄마얼굴도 그려진다

어린날

엄마손 붙잡고 외가집가던 그날

휘몰아치던 눈발은 오늘보다도 더욱

세차게 휘몰아쳤었다

길을 잃고 헤매던 그곳

산비둘기 구구구구 울어대고

서러운 엄마눈물 흘러내리고

맑디맑은 눈의 노래 들렸었다

(필자의 “눈의 노래” 전문)

지난주였다. 눈발이 날리는 원도심의 거리는 한산했다. 지속되는 강추위의 영향인지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었다. 필자는 지인들과 함께 눈꽃 핀 도심의 거리를 걸어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지워졌었던 동심의 추억들이 떠올랐었다. 구슬치기와 딱지치기 팽이치기 그리고 눈사람을 만들면서 눈싸움을 했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그려지고 있었다. 눈밭과 얼음판에서 친구들과 뛰놀았었던 추억과 기억들이 설렘으로 다가왔다.

“젊은이는 희망을 먹고 살고, 늙은이는 추억을 먹고 산다”라는 말처럼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도시도 늙어가는가 싶다. 조금은 서글퍼진 인생길의 여정이다. 황혼길을 걷고 있는 사람, 겨울 길을 거닐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은 외로움과 쓸쓸함이 함께한다. 하지만 희망에 부푼 새하얗게 핀 눈꽃 소식도 전해진다. 그것은 지역민의 지랑 거리고 순천의 명예를 드높인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진학한 수험생의 합격 소식이다. 참으로 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수험생과 그의 부모를 지켜본 지인들은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축하파티를 했다. 암울하고 수상한 시국에서도 한 줄기 빛이 보이는 듯 지인들 모두가 기쁨과 환희의 도가니였다. 더욱이 탄핵정국의 권태를 벗어나고 싶은 지인들에게 새하얀 눈꽃 소식이었다.

오는 12일은 대보름이다. 새 희망이 눈꽃처럼 피어나는 순천 낙안읍성에서 소원을 비는 나들이를 해보는 것도 좋을 성 싶다. 횃불을 들고 성곽돌기와 달집태우기 등 다양한 전통 행사에 참여하면서 힐링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작은 행복일 것이다.

행사는 오전 11시부터 김빈길 장군 추모제와 장승, 솟대 세우기로 시작된다. 떡국, 인절미 나눔은 물론 당산제, 전통 공연, 큰줄다리기 등 다채롭게 펼쳐진다.

무엇보다도 달집태우기는 순천 낙안읍성과 뿌리 깊은 나무박물관의 방문객들이 쓴 소원지를 태우며 모두의 소원과 풍요를 기원하는 행사로 그 의미가 깊다. 참고로 낙안읍성 달집태우기에서 참여해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전해진다. 입소문을 빌리자면 모든 수험생과 그의 부모들은 이날의 행사에 꼭 참여한다고 한다.

당일 낙안읍성 놀이마당에서는 제기차기, 투호, 윷놀이, 비석치기 등 전통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으며, 낙안읍성 곳곳에서 짚물공예, 대장간, 서각 등의 체험과 낙안민속농악단의 보름굿을 경험할 수 있다.

이처럼 “눈꽃 핀 순천”은 축제와 축복의 분위기를 엮는다. 순천만국가정원과 낙안읍성 그리고 조계산 선암사와 송광사에 핀 눈꽃을 상상해 보자. 은세계의 아름다움이 저절로 그려질 것이다. 게다가 낙안읍성의 대보름 행사는 오랜 역사를 지닌 지역민의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단합과 화합을 다지는 시민 행사로 순천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