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수 편집국장
즐겁고 편안한 낙안 고을에 행복이 깃들고 있다. 주민자치총회를 성황리에 마친 주민들은 자신들의 뜻이 반영됐음을 좋아했고, 민의를 수렴하는 관계부서에 고마움을 표했다. 게다가 주민들은 순천시의 주민자치총회를 맨 처음으로 치르는 오선희 낙안면장의 노고에도 감사함을 표했다.
주민자치총회는 주민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 의사를 결정하는 일이다. 다시 말해 직접 마을사업을 발굴하고, 마을에 맞는 의제를 발굴해 필요한 사업을 직접 투표로 결정하는 것이다. 지난 21일 낙안면 주민이 직접 기획한 내년도 사업은 42개로 6억 1천만 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황규경 낙안면 주민자치회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낙안면민이 성숙한 주민자치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며 “앞으로도 주민의 의견에 더욱 귀 기울여 다양한 의제를 발굴하고, 마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낙안면 주민투표는 총회 당일에만 250여 명이 참여했고, 사전투표를 포함 총 873명이 참여해 30%라는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아마도 2025년도 예산안 편성을 위해 노력한 낙안 주민자치회 활동의 결과물인 성싶다. 그들은 지난 4월부터 마을계획수립에 관한 워크숍을 개최했으며, 마을을 돌며 주민 의견을 수렴해 의제를 발굴하는 노력을 기울였었다. 게다가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1일까지 36개 마을을 돌며 사전투표를 진행했었다. 또 QR을 이용한 온라인 투표를 통해 주민들의 참여를 확대했었다. 그 결과 주민총회에서는 주민세환원사업 2건, 역량강화사업 6건, 소규모 시설사업 34건에 대한 의안이 상정돼 원안 가결됐었다.
오선희 낙안면장은 “주민자치 시대에 주민총회에서 피부에 닿는 정책을 발굴하고 결정한 사업들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노관규 시장은 낙안면 주민자치회를 통해 “순천대학교에 전남 국립의대를 유치해야 한다.”며 “전남 동부권의 열악한 의료시설과 필요성 등을 밝히면서 지역민들의 단결이 절실하 다.”고 말했다.
이날 2부 행사에는 낙안면민이 함께 어울리고 소통할 수 있는 열린음악회를 비롯해 우클렐레와 판소리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어머니들로만 구성된 합창단 노래공연을 비롯해 우클렐레 연주와 합창 공연단은 낙안 주민복지관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무대 위에서 춤과 노래가 공연될 때는 주민들의 어깨춤이 절로 나오면서 노래까지도 따라 불렀다. 흥을 돋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커져만 갔으며 신축된 주민복지관은 환희의 도가니였다.
무엇보다도 낙안초등학교 꿈나무들의 판소리 공연은 이색적이었다. 김양남 명창(낙안읍성 판소리보존회 이사장)의 지도하에 ‘순천가’와 ‘진도 아리랑’을 목청껏 불러대는 꿈나무들의 공연에서 희망이라는 단어가 꿈틀거렸다. 인구감소로 인해 어린 학생들까지 줄어들고 있는 현시점에서 순천의 역사성이 있고 남도의 역사성이 있는 우리의 국악을 가까이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참으로 대단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우리네 역사문화를 알고, 우리네 판소리와 국악을 배우며 익힌다는 것은 내일의 희망이다. 어른들도 할 수 없는 꿈나무들의 이색적인 공연으로 잠시나마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 물론 청순한 아이들의 국악공연은 대견스러우면서도 귀염성이 있기에 지켜보는 어른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다.
꿈나무들의 국악공연이 끝난 후였다. 귀청을 서두르는 노 시장은 만사를 제쳐 두고 꿈나무들을 찾았다. 그는 꿈나무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씩 껴안아 주면서 격려를 해주었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학부모들도 덩달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아마도 그것은 어린아이들이 이색적인 지역의 역사와 우리 문화를 배우고 익히고 있다는 기특 성에서 기인한 배려가 아닐까 싶다.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말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직시할 수 있는 공교육제도를 보완할 수는 없는지? 궁금증이 서린다. 아니다. 행복추구의 일환책으로 가정교육을 들추고 싶다. 그것은 곧 어머니 교육이 아닐까 싶다. 맹모삼천지교 (孟母三遷之敎)를 떠나 어린 시절의 어머니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어머니들의 삶의 무게 만큼 아이들에게도 그 영향이 크다. 어쩌면 아이들은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면서 삶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행복이 깃드는 낙안은 어머니들의 활동상이 돋보인다. 주민자지회를 주축으로 부녀회, 합창단 그리고 각종 모임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낙안 어머니의 힘은 행복의 씨앗이다. 아무튼 낙안의 어머니상은 행복의 열쇠고리가 되고 있다. 문득 어머니의 삶, 간지박 나무(백일홍 나무) 삶이 떠오른다.
우리 엄마는 간지박을 잘 탄다
겨드랑 밑이나 발바닥을 간지르면 간지럽다며 실소를 띠운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놀면서도 간지박을 시키는 친구에게 무조건 항복이다
우리 엄마 이기는 방법은 간지박 놀이다
붉디붉은 간지박나무 꽃이 필 때는 우리 엄마 입술도 피어난다
유난히도 빨갛게 빛났던 그 입술 위로 말꽃도 핀다
붉은 꽃이다
하양 꽃이다
사랑 꽃이다
쨍쨍 내리쬐는 햇빛도 마다않고
백일동안 웃음을 잃지 않는 그 삶
참웃음도 실웃음도 아닌 그 웃음은
우리 엄마가 살아온 간지박나무 삶이다
간지박나무 꽃피는 여름날이 가고 있다 (필자의 ‘간지박나무 삶’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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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07:4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