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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안읍성 돌담길을 걸으며 / 김용수 시인
  우리 민족의 대명절인 한가위가 다가오고 있다.
2011-09-05 오전 11:53:42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우리 민족의 대명절인 한가위가 다가오고 있다. 가을 햇살에 익어가는 과일과 곡식들도 황금빛이다. 그래서인지, 농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풍요롭다. 

      이 계절 앞에 낙안들을 지나서 낙안읍성의 돌담길을 거닐어 보자. 그곳에는 어린 시절의 추억부스러기들이 널려 있고 옛 선인들의 자취가 서려 있다.

      무엇보다도 황토와 돌 그리고 짚을 비롯해 자연을 가까이 했던 선인들의 행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이곳에는 정겨움이 가득한 돌담길이 즐비하다. 성곽을 비롯해 개인집 담장까지 돌과 짚 그리고 황토를 버물어서 쌓은 죽담내지는 돌담의 운치는 고상하면서도 아름답다.

      그 돌담 옆에 붙어서 살아가는 담장이넝쿨과 하늘수박의 이파리는 가을햇살에 달구어서인지, 색깔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또 그 줄기는 돌담 위를 기어서 동글동글한 열매를 매달고 있다.

      그렇다. 그 무엇이든 우리의 돌담과 어우러져 있으면 그저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한적한 시골 내음을 풍긴다. 하지만 낙안읍성 돌담은 그 분위기와 또 다른 미풍과 함께 조상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다시 볼 수 없게 된 우리의 미풍을 재현이라도 하듯, 흑백사진처럼 찍혀서 돌담에 새겨지고 있는 그 느낌은 복잡한 현대인들의 삶에 신선함을 던져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단순한 생각 중에서 기억을 통한 추억의 페이지를 펼친다. 아니 지난날의 생각들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특히 숨바꼭질과 술래잡기 그리고 구슬치기 등 각종 놀이로 해 넘어 가는 줄도 모르고 놀게 했던 유년시절을 다시금 그리게 한다. 초등학교 국어책에서 읽었던 철수도 영희도 바둑이도 모두가 함께 놀았던 그 놀이터 그 시간들이 뇌리를 스친다. 

      해질 녘, 돌담길 옆 영희네 집에 비친 석양빛은 뭔가 서운함을 안은 채 아름다움의 극치를 자아냈다. 문살의 아름다움을 주홍빛과 홍시 색으로 흥건하게 방바닥에 그리면서 저녁이라는 단어를 살포시 끄집어낸다. 아니 고즈넉한 돌담 앞에 놓여진, 간장단지. 고추장단지를 비롯해 옹기종기 모인 장독대는 낡은 초가집의 분위기를 한층 더 띄워준다.

      지형적 여건에서 볼 때, 이곳 낙안읍성 돌담길은 해풍과 수해를 막아주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믿어진다. 또 옛날에는 이곳이 바다의 끝자락에 위치한 육지로 낙안읍성의 동문과 서문은 바다와 이어졌었다는 설이 있다. 즉, 낙안읍성은 산악지대가 아닌 평지에 쌓은 성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잠시, 우리의 돌담유래를 살펴보자. 아마도 근원지는 제주도일 것이다. 제주도는 바람과 돌이 많은 화산섬이다. 제주 사람들의 삶은 바람과 돌과의 싸움 그 자체였다. 제주의 바람은 한번 불기 시작하면 지독해서 '바람이 할퀴고 간다'라고 표현될 정도로 모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시련과 고통을 숙명으로 삭히면서 열악한 환경을 개척하고 땅을 다스리는 슬기를 돌과 바람에서 체득했다. 돌담(밭 돌담)은 제주인들이 바람과 땅을 돌로 다스려온 생활문화의 유산인 것이다.

      아무튼 시간의 더께가 내려앉은 낙안읍성 돌담길은 복잡한 현대인의 삶의 틈바구니에서 한가로우면서 정겨운 생활문화를 체험하게 한다. 어깨를 맞댄 초가지붕들은 물론 전래동화와 올망졸망한 돌담골목길, 성곽 길, 등은 삶의 무대처럼 정겹다. 그 무대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가지면서 내일의 삶을 충전시켜보는 것도 좋은 시간일 것이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9-05 11:53 송고
    낙안읍성 돌담길을 걸으며 / 김용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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