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수 편집국장
봄빛 아지랑이가 아른거린다. 하얀 동장군을 떠나보내는 아쉬움보다 노란 봄을 기다리는 그리움이 더욱더 진하게 느껴진다. 이런 날이면 삼천리금수강산대처를 돌아다니며 ‘호연지기’ 기상을 접하고 싶다.
지난 12일이었다. 우림친구는 자신의 캠핑카와 후배 캠핑카를 이용해서 세부부가 전북 진안군 “마이산”을 다녀오자고 제의를 해왔다. 필자는 선뜻 “그렇게 하자”고 답을 했다.
그러나 캠핑카생활에 익숙하지 못한 탓인지, 별의별 걱정이 앞선다. 간단한 이동주택으로 생각하면서 나들이기분을 상기시키면 될 텐데, 부질없는 생각이었다. 더욱이 이웃과 남을 의식한 생각들은 버려야했다. 코로나19시대를 이겨내는 유일한 방법 중에서 차선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우리사회는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고 생각하는 의식구조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 생각, 저 생각은 지난밤을 설치게 했다. 만감의 생각들이 오락가락 했지만 여행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때는 자신도 모르게 설렘이 있다. 여유를 갖고 ‘호연지기’기상을 접한다는 사실에서 뿌듯함이 밀려온다.
사람들의 살아가는 기본생활은 별 다르지 않다. 의식주를 해결하고 나면 문화생활로 이어진다. 그 문화생활의 일부분인 여가시간은 자신만의 취미생활로 보내야하지 않을까 싶다. 필자는 시간과 여건이 주어진다면 삼천리금수강산대처를 더듬고 싶다. 대처에서 느끼는 감흥을 글로 써서 후세에 남기고 싶다. 게다가 대처의 전통음식과 풍광 그리고 인심 등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마이산나들이 길, 그 길의 풍광은 장관이었다. 새로운 한해를 연상해서인지, 캠핑카에서 바라보는 산야는 평화로웠다. 더욱이 하얀 소의 기운을 받아가면서 봄을 기다리는 여심은 환호분위기였다. 집밖에서는 여성들을 보호하고 우대해야한다는 시대흐름을 알아야 한다. 자칫 잘못해서 여성들의 비위를 건드린다면 여행의 진가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순천을 벗어나면서부터 구례 사성암과 지리산노고단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나 다를까? 감탄사가 터져 나오면서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달리는 캠핑카에서 바라보는 지리산노고단을 비롯한 산천초목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구례와 남원을 지나 임실을 거쳐 진안으로 진입한 우리일행은 무진장의 진수를 느끼기 시작했다. 고산지대로 알려진 무주, 진안, 장수는 한마디로 첩첩산중이었다. 국도를 달리면서도 산중턱을 오르내리는 위험이 도사렸다. 가파른 고갯마루와 구비진산중턱을 넘을 때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이 오싹거렸다. 가히 삼천리금수강산의 위력을 맛볼 수 있었다.
드디어 마이산에 도착했다. 코로나19로 주차장은 조금은 한산했다. 주차장에서 20여분을 걸어 오르면 거대한 암반석이 나타난다. 바로 이 암반석이 마이산이다. 진안고원에서 암봉과 숫봉의 2개의 봉을 지녔으며. 말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馬耳山이라부른다. 동봉을 수마이봉으로 681미터, 서봉을 암마이봉으로 687미터다. 기반암석은 수성암이며, 산전체가 암석으로 이뤄졌다. 정상에는 식물이 자라고 있다. 주변에는 은수사, 금당사 등의 사찰이 있다.
역사적으로도 신라시대에는 서다산, 고려시대는 용출산이라 불렀다. 게다가 사계절의 별칭이 있다. 봄에는 안개 속에 두 봉우리가 쌍돛대를 닮았다 해서 돛대봉이라 했다. 여름에는 숲 속에서 용의 뿔처럼 보인다고 해서 용각봉이라 했다. 가을에는 말의 귀 같다 해서 마이봉이라 했다. 겨울에는 눈 덮인 들판 가운데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인다고 해서 문필봉이라 했다.
탑사(전라북도 기념물 제35호)는 암마이봉 남쪽 기슭에 자리했다. 절묘하게 쌓아 올린 자연석은 원추형기둥과도 같다. 탑사는 80여개의 돌탑과 마이산 신 등을 모시는 탑이 있는 암자다. 100년이 지났어도 아직까지 쓰러지지 않고 있어 신비감을 주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었다. 하지만 우리일행은 다음 일정관계로 더 이상의 시간을 소비할 수가 없었다. 서로는 마이산 곳곳을 보고 느꼈던 감상을 이야기로 풀어보았다. 모두가 즐거움과 행복함을 표출했었다.
그렇다. 여행은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중요하다. 서로가 서로를 위하면서 자신보다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앞서야 한다. 협동심을 발휘하고 이기심을 버려야 한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짜증을 내고 화를 내서는 안 된다.
여행은 삶의 여유다. 마음의 휴식이고 육체의 휴식이다. 제아무리 시간과 돈이 많아도 여행을 모르고 살아가는 삶은 무미건조하다. 쉼을 모르고 여유를 모르는 각박한 삶이다. 아마도 코로나19시대에 적합한 나들이는 건강을 지키는 길이 아닐까 싶다.
참으로 신기하다
정말로 희귀하다
하늘의 조화인지
자연의 조화인지
뭐라 표현할 수는 없는지
동쪽지킴이로 뭉뚝 솟은 암마이봉은
찾아오는 남성들의 눈요기로
서쪽지킴이로 우뚝 솟은 수마이봉은
떠나가는 여성들의 이별가로
천지음양 팔도진법이치를 깨닫고
정성기도 올리고 있다
제각각 쌓인 돌탑종류는
천지탑, 오방탑, 역사탑으로
월광탑, 일광탑, 중앙탑으로
서로서로가 맞물려
허물어짐을 모르고
흐트러짐을 모르고
하나의 소원 꽃피우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로
말의 귀를 닮은 마이산으로
온갖 세상소리 다 듣고 있다
(2021년 2월 12일, 우림부부, 평사부부, 류정부부 나들이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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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2 07:5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