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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 편집국장
보슬보슬 보슬비가 내린다. 구름 낀 아침하늘을 바라보다가 우거진 순천만 용산 숲을 바라보는 농익은 꽃녀의 생각을 더듬는다. 묘목과 꽃을 가꾸고 있는 그녀는 낙안면 평사리 용쟁이 골에 자리한“참살이 꽃집”을 가꾸고 있다. 관상수 묘목과 꽃을 가꾸고 있어서인지 그녀의 말씨는 아름답다. 욕설과 저급한 말씨는 찾아볼 수도 없고 미소와 함께 상냥하다. 언제나 긍정적인 사고로 감탄사를 절로 자아내는 분위기소녀와도 같다.
6월의 마지막 주다. 수국이 피어나는 6월, 꽃녀의 하루는 짧다. 새벽부터 꽃과 관상수 재배관리에 심혈을 기울인다. 재초작업은 물론 살균제와 살충제를 살포하고 영양제까지도 곁들이고 있다. 서향을 비롯해 홍가시, 황금사철, 산다화, 남천, 다정금, 철쭉, 수국, 꽝꽝이, 에머랄드 골드, 그린, 줄무늬 황금사철, 편백, 측백, 등 관상수는 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물주기와 풀 뽑기는 기본이며 가지치기와 삽목, 육묘 등이다.
그녀는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흥겨워한다. 공기와 물이 맑은 용쟁이 골에서 꽃과 더불어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즉,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주변 환경이 훌륭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녀는 용쟁이 숲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등 온갖 소리들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녀는 가끔 말씨의 아름다움을 논하면서 순수 우리말 사용을 권장한다. 똑같은 말이라도 순수한 우리말을 사용하면서 상냥스럽게 대하면 상대방에게도 아름답게 들린다는 것이다.
순수한 우리말의 아름다움은 지구촌에서도 으뜸이다. 그 중에서도 마음씨와 같이 말의 끝에 따라붙는 말씨, 솜씨, 맵씨, 글씨, 꽃씨 등 참살이의 삶을 가꾸는 낱말은 매우 소중하다. 다시 말해 씨를 의미하는 말로써 맺음과 품위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예부터‘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말의 중요성을 강조한 속담이다. 특히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말을 잘 함으로써 위기를 벗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말은 단순히 의미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고, 설득을 하는 도구다.
따라서 교양과 품위가 높은 사람이 되려면 네 개의 씨가 필요하다. 마음씨와 말씨, 그리고 맵씨와 솜씨의 네 씨가 아름다워야 한다. 남녀노소고하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통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네 가지 씨는 인간을 평가하는 하나의 지렛대나 다름없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해도 마음씨다. 사람은 마음씨가 고와야 한다. 착한 마음씨·고운 마음씨를 갖는 것이 인간의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 인간에 있어서 내적인 아름다움은 마음씨와 말씨, 그리고 맵씨와 솜씨는 외적인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다.
말은 곧 사람 됨됨이의 표현이다. 그 사람이 쓰는 말을 보고 우린 그 사람의 인품과 교양과 지식과 성격을 가늠할 수 있다. 한 두 마디의 말을 주고받다보면 곧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사회의 말씨는 친절한 말씨가 사라지고 있다. 남을 아끼고 배려한 말이 점점 줄어간다는 점이다. 즉,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실례합니다.” 이러한 말들은 모두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소통의 말이고 배려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이런 말들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존칭어보다는 모욕적인 언행이 늘어나고 있다. 또 친절한 말보다 거친 말들이 흉하게 번져가고 있다. 이런 풍토 속에서 아름다운 말씨를 쓰는 사람을 대하면 인품의 맑은 향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아름다움의 마지막 요소는 솜씨다. 솜씨는 손재주다.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는 기술이다. 솜씨는 기술의 미다. 능란한 재주로 물건을 잘 만들거나 일을 잘 처리할 때 솜씨의 미가 늘어난다.
그렇다. 참살이 꽃집의 말씨는 말꽃과 같다. 식물의 꽃보다도 사람의 꽃이 더욱 아름다울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말씨의 말 꽃을 피우는 ‘참살이 꽃집’ 꽃녀에게 감사의 편지를 띄워본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실례합니다”
차갑다
따스하다
말에도 온도가 있다
당신은 얼굴만 예쁘다
당신은 얼굴도 예쁘다
꽃보다 아름다운당신을
스마트폰에서 언어꽃이 피었다
“당신은 몸매도 예뻐”
그 한마디에 싱글벙글
따스한 훈기로 하루가 짧다
스마트폰에서 얼음꽃이 피었다
“당신은 몸매만 예뻐”
그 한마디에 삐죽삐죽
차가운 냉기로 하루가 길다
잠시
스마트폰을 도배하듯
수많은 언어들이 잡초로 무성하다
도와 만의 온도차로
웃음이 절로 번지며
언어꽃이 절로 피는
스마트폰 액정위로 온도가 뜨겁고
만과 도의 온도차로
짜증 섞인 목소리는
말꼬리까지 흐려지며
스마트폰스피커로 온도가 차갑다
옛날에도 그랬듯이
(필자의“말꽃”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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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7 13:29 송고
2022-06-27 13:33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