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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 길 / 김용수
2014-12-17 오후 2:11:31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눈발이 굵다
    오늘처럼 눈보라 치고 얼어붙는 날은
    빙판길 출근하는 당신이 아슬아슬하다

     

    행여 어지러울까
    혹여 미끄러질까

    문명의 노예를 거부했던 당신
    새벽잠 설치고 양손 불어대며 
    문고리 잡는 뒷모습에 냉기가 달라붙는다

     

    눈 덮인 빙판에 아른대는 당신모습
    벙거지 눌러쓰고 벙어리장갑 낀 소녀로
    긴 목도리 두르고 바바리 깃 세우던 숙녀로
    젖꼭지 빨리며 진자리 갈아 뉘는 어머니로
    철부지 같은 글쟁이 사내 뒷바라지한 아내로 

    낭만시계추 빼앗기고 곡선미 잃어버린 아바타다

     

    세찬 눈보라에 맞선 당신
    금새금방 얼어붙은 빙판길에
    엉금엉금 살금살금 거북이로
    미끄럼과 넘어짐을 모른다
     
    하얀 마음 푸른 꿈만을 꾸었던
    눈 내리던 그 날
    눈밭 뛰놀다 눈뭉치 굴리고 눈쌈하던 동심이
    왁자지껄 수다 떨며 함박웃음 터뜨린 음성이 
    할퀴고 헐벗은 산과 들 곳곳의 상처를 휘 덮는다

     

    하양거울이 된 빙판길 그길 속에
    빛 잃은 뭇별들이 총총히 박히고
    은빛 감싸는 붙박이별 하나
    어머니별로 뜨고 있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4-12-17 08:28 송고 2014-12-17 14:11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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