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

농번기 철이다

품앗이 정으로 살아가는 외로 사람들

땀 절여 흙 묻은 작업복에 매달리며

한마디 군담도 없이 하루해를 등진다

해가지고 달이 뜨는지도 모르는 채

오직 품앗이 정, 그 정만을 섞는

순정파들이 모여 사는 외로 사람들

고사리 손도 덥석 잡고

할범, 할멈 손은 더더욱 붙잡는다

한적한 어촌으로 아는 도회지 사람들은

어촌풍광에 취한 듯

그저 그냥 한 폭의 그림을 바라보는 듯

“저 바다에 누워”와 “황혼의 브루스”를

읊조리다가

노래하다가

비음 섞인 감탄사만 뱉어 낸다

일에 시달린 외로 사람들은

길손도 아니고 일손도 아닌

등기하나 없는 시인친구 불러두고

양 다래 수정 심부름을 시킬라 치면

일통만 내고 있는지라

상록수 영문이는 왔다갔다 종남이 밭으로

왔다갔다 종남이는 상록수 영문이 밭으로

서로가 떠밀다가

애간장 태우다가

오늘에 어촌풍경을 시로 써 라고 명령 한다

그래! 친구야! 그렇구나! 친구야!

오늘에 시는 품앗이 정이다

파릇파릇 되살아난 품앗이 정이란다

* 2011년 5월 29일 전남 고흥군 과역면 노일리 외로 마을에서 (종남이 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