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情이란 무엇일까? 문득, 갓바위 골의 정이 떠오른다. 삿갓을 쓴 바위가 우리나라 대처에 자리하고 있으며 그 바위를 갓바위라 칭한다. 대구 팔공산을 비롯해 목포 바닷가의 갓바위 그리고 각 지역마다 갓바위는 전설과 함께 꿋꿋하게 버팀 바위가 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의 갓바위는 잊을 수 없는 정이 묻어나는 골이다. 어쩌면 끈적끈적한 정과 멍석을 깔아주는 김태갑씨의 인정에 취했지 않았는가 싶다.
사람을 비롯해 동식물은 물론 모든 사물에 이르기까지 情은 통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감정을 표출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情이 통하고 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일까? 정을 주고받는 사회를 인간사회, 혹은 고등사회라 했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부모의 정과 사람들의 정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나라를 섬기고 부모를 공경하는 충효사상 역시 정에서부터 시작됐지 않았는가 싶다. 형제간의 우애도, 친구간의 우정도 지인간의 신의도 모두가 정으로 맺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 사회는 정이 없는 사회, 이기적인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자신만을 위하고 자신만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사회풍조가 만연되고 있는 현실이다. 어쩌면 인정이 메마른 삭막한 사회로 변화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대가족시대에서 핵가족시대로 흐르고 있는 지금, 당연한 현실일지도 모를 일이다. 더욱이 비혼 주의자를 비롯해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부부들이 늘어가는 현실에서 情을 논한다는 것, 그자체가 어리석은 일일지도 모른다.
요즘은 혼밥, 혼술, 혼영 등 홀로 즐기며 홀로시간을 보내는 풍습이 유행을 타고 있다. 그렇다. 혼자만의 삶은 거추장스럽지도 않고 경제적으로도 알뜰하다. 하지만 그런 삶은 정이 없는 삶으로 무미건조한 삶이다. 사람과 사람사이는 이리저리 얽혀 부대끼면서 살아가야한다. 그래야지만 정이 드는 것이다.
정은 주는 것이다. 아니다. 받는 것이다. 정은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아니고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깊은 마음이다. 받으면 되돌려주고 서로를 위하는 삶이야말로 인정이 꽃피는 사회다. 정이 없는 사회는 얼마나 삭막한 삶이 펼쳐질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무인도의 삶을 생각해 보면 사회생활의 중요성을 알고 남음이 있을 것이다.
지난주였다. 필자는 캠핑카 여행을 떠났다.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 갓바위 골의 “사계절 캠핑타운”이었다. 그곳에서의 인정은 보름달처럼 둥글고 밝았었다. 잊을 수 없고 잃어버려서도 안 될 멍석 정을 맺었었다. 우림친구와 류정동생이 피웠던 情꽃도 예쁘지만 멍석지인의 情꽃은 정말 아름다웠다.
예부터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김태갑(사계절 캠핑타운“)사장은 서글서글한 눈매에 넓은 마음을 지닌 사람이었다. 첫 대면부터 상냥함과 친절함이 묻어났다. 상혼은 없었고 그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인정이 묻어있었다. 즉, 인정이 꿈틀거렸고 인정의 꽃이 피어났다.
그는 갓바위 골 언저리 해송 숲에다 움막을 지어놓고 관광객을 맞이하는 사장이었다. 하지만 그에게서 요즘 유행하는 상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로지 관광객들이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게끔 뒷바라지를 해주었다. 돈이 없으면 무료로도 사용할 수 있게끔 편한 마음을 심어주었다.
저녁시간이었다. 서해갯벌에서 자라난 소라와 바지락을 비롯한 조개류와 싱싱한 오징어를 참숯불에 구워먹었었다. 우리일행은 멍석사장과 저녁시간을 함께 했었다. 그가 마련해준 해송 밭 중앙자리의 아늑함과 그곳의 이야기에 심취됐었다. 충정도의 느릿하면서도 구수한 고유말씨와 그의 멍석 같은 마음씨가 금방사이 정이 들었었다.
무엇보다도 류정동생의 이번 나들이는 잊을 수 없는 효성이 숨어있었다. 집채덩이처럼 밀려오는 파도를 타는 느낌이었다. 그는 90에 가까운 부친을 캠핑카로 모시고 차박 여행을 나왔었기에 더욱 더 감회가 컸다.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부친을 다독이면서 정이 샘솟는 차박을 했었다. 때론 자신이 어렸을 때 받았었던 부성애를 그대로 되돌려 주는 언사를 사용하면서 어리광을 피우기도 했었다.
아마도 류정의 효성스런 부자지간의 차박 정과 갓바위 골의 멍석사장의 정은 두고두고 잊혀 지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게다가 충남 보령 땅 대천해수욕장 갓바위 골의 멍석사장의 정도 새록새록 생각나지 않을까 싶다. 그날 밤, 적어 보았던 필자의 졸시를 게재해 본다.
보령 대천해수욕장 갓바위 골 가는 길
언저리 해송 숲은 옛이야기 지피고
붉은 입술 포개는 멍석이 살고 있네
소박하고 소담스런 갓바위골 김태갑은
오늘을 잃은 옛사람 밝은 웃음 맑은 음성
내보이며 하루라도 더 머물다 가라하네
보금자리 차박 땅 너 나를 떠난 자리
문인목이 자라고 널다란 멍석도 펴고
삿갓인정도 심고 소슬 사랑도 심네
서쪽바다 갯벌에서 싱싱한 조개류를
숨쉬는 오징어를 오붓하게 나누며
저녁놀 바라보는 차박사랑 웃음꽃
갓바위골 멍석꽃 정 구슬로 구르네
(필자의 갓바위골 정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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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3 06:3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