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화사하게 피어나는 봄꽃! 그 봄꽃 속에는 향과 맛이 있는 게미진 음식들이 있다. 더욱이 매화를 비롯해 동백꽃, 산다꽃, 산수유꽃, 진달래꽃, 목련꽃, 배꽃, 살구꽃 등 꽃잎을 재료로 한 꽃차와 꽃전 등은 순천의 일미가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순천의 봄꽃과 게미(그늘)는 미식을 만나는 징검다리가 아닐까 싶다.

꽃차와 꽃전을 곧잘 만드는 “(주)자연맛길” 유춘자 대표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는 수많은 꽃잎을 소재로 꽃차를 만들어 입맛을 돋우는 꽃차명인이다. 아니다. 순천만 갈대뿌리로 갈대커피를 만드는 장본인이다. 그의 곧은 성격과 뚝심은 게미로 이어지고 있다. 어쩌면 그의 고집스런 집념은 꽃차장인은 물론 갈대커피개발자로 부각되었는지도 모른다.

20여 년 전, 그는 순천시 관광과장으로 근무했었다. 순천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유서 깊은 유, 무형의 문화유적들을 관광자원으로 활용코자 각고의 노력을 했었다. 그 결과 갈대커피를 비롯한 게미 있는 꽃차문화를 형성했었다.

그의 일례를 들어볼까 싶다. 그는 동절기를 지나 매화가 필 때부터 국화가 지기까지 가지각색의 꽃송이를 수집, 건조하거나 발효시키는 작업에 심혈을 기우린다. 특히 갈대커피를 만드는데 필요한 지식과 체험 등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렇다. 그는 자신만의 노하우로 게미 있는 순천꽃차를 만들었으며, 순천만갈대커피를 개발했었다.

어제였다. 그는 목련꽃차를 만들기 위해 낙안산골의 목련꽃 피는 시기와 날짜를 물어왔다. 목련꽃자의 게미는 물 맑고 공기 맑은 산골에서 갓 피어나는 하얀 목련꽃송이를 채취해야 한다. 체취한 꽃송이는 가마솥에 쪄서 말리고 발효시키는 작업을 수차례 해야 한다. 마침내 정성이 담긴 목련꽃차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그의 꽃차이야기와 순천의 관광음식 등 게미 있는 맛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이런 맥락에서 순천의 봄꽃과 맛을 찾아 떠나는 일주 일 간의 미식여행을 떠나볼까 싶다. 게미 지고 재미 지는 순천의 봄꽃여행이 될 것이다. 따라서 시는 오는 29일부터 4월 4일까지 7일간 미식주간을 운영한다고 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순천만 국가정원 스페이스 허브에서 열린다. 현장행사를 시작으로, 미식투어와 전통 차 체험, 맛 집 도장 깨기 등 다양한 미식 프로그램이 순천 대처에서 펼쳐진다.

무엇보다 봄의 꽃이 만연한 국가정원을 배경으로 하는 주말현장 행사에서는 순천의 맛 집과 계절 메뉴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순천 맛집 인증식 ▲유명셰프와의 미식워크숍 & 푸드쇼 ▲지역 셰프와 함께 하는 봄 푸드다이닝 ▲음식거리 테마 음식전시관 ▲순천 외식업소와 함께하는 미식마켓&미식체험 존 등이 운영된다. 정원 미식피크닉 공간도 마련되어 색다른 봄의 미식경험을 제공할 것 같다.

이외에도 순천 곳곳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미식체험 프로그램도 선보일 예정이다. 자연의 정취를 즐기며, 먹고 마시고 듣고 음미하는 미식 낭만투어도 있다.

‘낙안풍류(樂安風流)’와 전통시장을 둘러보고 제철식재료를 활용한 쿠킹클래스를 체험할 수 있다. 즉, ‘시장상인(시인市人)과 함께하는 전통시장 투어’ 같은 미식투어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넓은 정원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정원 티마카세’ 등 풍성한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양효정 관광과장은 “천혜의 자연에서 얻은 미식자원의 결합으로 게미 있는 순천미식경험을 체험할 수 있다”며 “추위를 이긴 매화의 향기마냥 새 생명이 싹트는 봄날! 순천향이 묻어나는 독특한 미식을 맛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고 미식잔치를 설명했다.

가끔 필자는 남도의 맛과 멋을 자랑하면서 자신의 시로 승화시켰던 고 송수권 시인이 생각난다. 그는 왱병 모가지 비트는 소리와 함께 제철음식을 잘도 만드는 남도사람들의 게미진 손맛과 멋을 작품화 했었다. 다시 말해 음식 시를 처음으로 썼었던 시인이다. 봄철 쭈구미 볶음의 맛에서부터 갑오징어미나리회 무침, 꼬막요리, 도다리 쑥국, 병어조림 등 자연이 담은 독특한 미식을 시로 승화시켰던 남도의 대시인이다.

그는 말했다. 남도 판소리에서 '시김새'라는 말은 삭힘새에서 온 말로 그 삭힘새는 또 '곰삭다'에서 왔다는 것이다. 피를 석 동이는 쏟아야 하는 득음(得音)의 경지가 시김새 인데, 음식과 판소리를 이어붙이면 바로 '곰삭은 소리'가 되는 셈이다고 말이다.

줄곧 남도의 서정과 순천의 게미를 노래해온 송수권 시인은 시집 '남도의 밤 식탁'을 펴냈었다. '송수권의 우리 음식 시집'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80편의 시편들은 모두가 음식 시를 한자리에 모은 것이다. 개별 요리보다는 음식문화를 소재로 한 서정시들이지만, 한국 현대시 100년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일관성 있는 음식 시편이기도 하다. 곰삭은 음식과 시김새 붙은 삶이 그 안에 있다.

예를 들자면 “벌교 참꼬막집에 갔어요/ 꼬막 정식을 시켰지요/ 꼬막회, 꼬막탕, 꼬막구이, 꼬막전/ 그리고 삶은 꼬막 한 접시가 올라왔어요/(중략)/그쪽 말로 그 맛 한 번 숭악하더라고요./ 비열한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런데도 남도시인-이 맛을 두고 그늘이 있다나 어쩐다나./ 그래서 그늘 있는 맛, 그늘 있는 소리, 그늘 있는 삶, 그늘 있는 사람,/ 그게 진짜 곰삭은 삶이래요./ 현대시란 책상물림으로 퍼즐게임 하는 거 아니래요./” ('퉁' 중에서)

이처럼 송 시인은 깊은 맛의 남도표현인 숭악한 맛의 꼬막을 먹으며 시인은 곰삭은 시, 그늘(게미) 있는 시를 쓰겠다고 다짐했었다. 순천의 미식주간의 음식잔치가 봄꽃마냥 풋풋하면서도 향기롭고 게미질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