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붉게 타오르는 꽃송이로 온갖 시선을 끌어 모으는 상사화! 그 향연은 극치다. 여름과 가을의 틈바구니에서 계절의 간극을 표현하는 꽃이야말로 인상이 깊다. 보는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은 다르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상사화의 꽃말을 먼저 생각한다.
“이룰 수 없는 사랑, 참사랑, 애절한 사랑, 슬픈 사랑” 등의 꽃말을 지녀서인지, 서글픔과 안타까움에 각인된 꽃이다. 어쩌면 현대인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꽃인지도 모른다. 꽃과 이파리가 만날 수 없다는 것도 기정사실이다. 이파리가 봄에 먼저 피어나고 꽃이 뒤늦은 9월에 피어나서 꽃과 이파리가 만날 수 없다는 뜻에서 상사화라는 별명을 지녔다고 한다.
더욱이 남녀 간의 사랑에서 상사병은 죽음까지도 불사한다. 사랑이 불타오르는 시점에서 만나지 못하는 애절함은 죽음보다도 강하다는 것이다. 부모의 반대를 비롯해 갖가지의 사연에 직면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없는 것은 애절한 사랑이다. 아니다. 슬픈 사랑인 것이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은 상사병이라는 것이다. 옛말에 상사병은 약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의 상사병은 치료할 수 있는 처방과 약이 있다고 했다. 시대의 변천과정에서 하루, 한 시가 멀다고 속전속결하는 시대의 흐름이다. 그 흐름 속에서 상사병이라는 열병을 앓는다면 바보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 사람들의 생활풍토는 혼자만의 삶을 추구하면서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런 연유에서 일까? 상사화의 향연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상사화가 필 무렵이면 유명사찰은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다. 대형관광버스를 이용한 단체관광객을 비롯해 각종 승용차를 타고 온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아마도 관광 상품으로 변화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중에서도 전남영광 불갑사와 전북고창 선운사의 상사화는 틈새 꽃으로 관광 상품으로 변화되고 있다. 유명사찰의 고유성과 지역특성을 알리고 있을 뿐 아니라“붉은 악마”를 상징하는 꽃으로 승화되고 있다.
언제나 붉은 색은 사람들의 심장을 뜻하면서 사랑을 상징했었다. 어느 누구나 붉은 색을 접하면 핏빛과 불빛을 연상할 것이다. 그 빛은 강하면서도 선명하고 힘차다. 육체적 사랑을 떠나 정신적 사랑에서도 그렇다. 부모의 사랑과 형제간의 사랑은 핏빛이고 불빛이다. 다시 말해 신적인 사랑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지난주였다. 친구부부와 함께 불갑사와 선운사를 찾았었다. 붉디붉은 상사화가 만개해 사찰주변이 화려했다. 상사화(꽃무릇) 잔치가 펼쳐진 사찰주변은 관광객들의 발길로 벅적댔다. 꽃무릇 밭에서 사진촬영을 하는 사람들과 지역특산품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주고받는 대화는 붉은 사랑으로 가득했다.
특히 버스킹을 하는 무명가수들의 노래는 상사화의 붉은 빛을 띠면서 구성지게 울려 퍼졌다. 불우이웃을 돕는다는 차원에서인지 관광객들은 더욱 더 애청했으며 배려모금으로 이어졌다. 버스킹 가수들의 헌신적인 모습이 조금은 안쓰럽게 보였다. 하지만 값진 삶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무척 보람 있게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배려와 나눔의 철학이 상사화 붉은 빛을 타고 있었다.
잠시, 상사화의 유래를 상기해 본다. 오랜 옛날 산사 깊숙한 토굴에 용맹 정진하던 스님이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인가, 소나기가 장대처럼 내리던 날이었다, 스님은 불공을 드리러왔다가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한 여인에게 눈길이 갔었다. 스님은 이 여인에게 한눈에 반해서 사랑에 빠져버렸다. 수행도 멈추고 가슴앓이를 하던 스님은 석 달 열흘 만에 상사병으로 피를 토하고 죽어버렸다. 이후, 그 자리에 붉은 꽃이 피어났는데, 그 꽃이 바로 상사화라는 것이다. 그래서 훗날 사람들은 서로를 그리워 하지만, 만날 수 없는 숨바꼭질 같은 사랑을 "상사화 사랑"이라 했다. (꽃과 이파리가 만날 수 없음을 뜻함)
아무튼 상사화의 향연은 현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듯하다. 복잡한 산업사회를 탈피하는 시간 속에서 잠시잠깐이라도 상사화를 접했음 한다. 특히 사찰을 중심으로 붉게 피어나는 꽃송이가 극치다.
아직은 가시지 않는
미망인의 눈물샘
흐르고 또 흘러
상사화 붉은 꽃으로
피어나고 있습니다
철없이 먼 길 떠난 님
상사화 꽃송이로 다가와
잃어버린 기억송이를
잊어져간 추억송이를
낱낱이 헤아려 줍니다
푸른 이파리는 봄에 피고
붉은 꽃은 가을에 핀다며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 길은
모두가 걸어가는 길입니다
붉디붉은 사랑은
애절한 사랑으로
이룰 수 없는 사랑은
핏빛 사랑으로
(필자의“상사화 사랑”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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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6 08:15 송고
2022-09-26 08:16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