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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꿈 / 오양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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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향에 갈 때마다 어린 날을 생각한다 고사리보다 작은 손으로 모래를 퍼서 머리에 이고 수수백 번 날라서 벽돌로 만든 교회를 생각한다
막내 동생은 등에 업고 코 흘리게 동생 둘은 양손에 잡고 교회에 가는 길은 아름다웠다 신작로 양옆으로 기찻길이 있고 강물이 있고 바다가 있었다
기적이 울 때마다 선로에 귀를 대보기도 하고 강물에 두 발을 담가보기도 하고 모래밭에서 소꿉놀이도 했다
예배시간에는 난감할 때도 있었다 어린 동생이 보채면 들쳐 업고 창문 밖에서 설교 말씀을 듣곤 했는데 그 녀석이 염치불고 ‘쉬’를 하는 날이면 내 치마 속에서 오줌이 흘러내렸다
음악이 은은하게 흘러나온 창문 농촌의 향기가 은은하게 스며든 창문 종소리를 은은하게 퍼지게 한 창문 예수님을 은은하게 알게 해 준 창문 은은한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 준 창문
내가 지은 교회꼭대기에 어둠이 내리면 나는 둥실 떠오르는 달이 되었다 달빛이 되었다 온 세상을 은은하게 밝혀줄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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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9 09:30 송고
2016-02-20 10:15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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