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물에는 눈이 있고 그 눈을 통한 생각은 마음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필자의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 눈빛과 마음 빛이 일치한 사고력은 소소한 것에서부터 끝이 없는 우주에 이르기까지 무한한 상상력이 펼쳐지고 있다.

참으로 묘한 일이다. 동그라미 속에 우주를 담고 있는 재활용 미술품을 보는 순간이었다. ‘아! 저것이다.’라는 외마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힘과 꿈 그리고 모든 만물의 원동력이 솟아나는 미술품이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미술에는 문외한이다. 선과 면 그리고 색채에 관한 지식도 없다. 하지만 시를 쓰는 과정에서 그림과 같은 형상을 곧잘 떠올리는 버릇으로 가끔은 미술품을 감상할 뿐이다. 그 감상에서 느끼는 원형이미지를 털어놓을까 싶다.

손준호 화백, 그는 벌써 갈대화가로써 알려진 사람이다. 갈대를 그린다기보다 바람을 그리고 불, 물, 흙을 반죽할 줄 아는 원형이미지의 화가이다.

그는 50여년의 연륜에서 묻어나는 자신의 삶을 미술로 승화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불처럼 타오르는 자신의 성깔을 술과 붓, 바람으로 삭히며 흙질하는 예술인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가 20여년 만에 내놓은 옹기작품과 재활용작품은 예사롭지 않다.

먼저 옹기작품은 비뚤어지고 깨지고 금이 가서 못난이로 취급받은 옹기 속에 잉태된 씨앗들이 트고 나오는 과정을 익살스럽게 연출했다. 게다가 그 씨앗들이 싹이 트고 자라서 온 우주로 뻗어나가는 과정까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더욱이 가을햇살에 석류 알이 영글어 단단한 껍질을 깨고 나오는 모습이랄지, 겨울 내내 얼었던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들의 모습이랄지, 알을 깨고 나오는 조류새끼의 모습들은 동심과 노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는 삶의 여정에서 느끼는 속정일지 모르지만 몸통이 깨지는 고통이 있어야 태양을 볼 수있다며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 꿈틀거리고 있는 꿈의 열정을 마그마로 표출하고 있는 것 같다. 즉, 자연적요소와 문명적 요소의 충돌, 토속적요소와 현대적 요소의 갈등, 현대인의 정서적 불안감 등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또 그는“생명을 잉태시키고 그 생명을 배양성장 시키는 것이 흙이듯이, 음식을 발효시키고 보관하는 것은 옹기그릇이다”며 우리민족의 얼과 같은 흙의 정서를 자신의 작업의 씨앗으로 삼고 그 씨앗을 배양하고 발효시켜 모든 사람들이 충분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재활용작품은 수많은 물질을 조합해서 만든 화학성조합물질인 재활용재료이기에 그 의미가 깊다. 재활용 습관에서 비롯된 그의 재활용품 응용은 곧 미술작품으로 옮겨졌었다. 인간의 손에서 그 기능과 효용가치를 상실해 쓰레기로 몰락한 각종물건과 제품들을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환생시키는 예술작업은 그에게는 꿈이고 희망이었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버려져 나뒹구는 물건과 대화를 하고 관심도가 남다르다.

그의 재활용 작품은 한마디로 불과 물 그리고 바람의 형상이었다. 지구를 비롯한 각종 행성에서 느끼는 원초적 힘을 표출했다. 별들의 아름다움보다는 만물의 이치를 깨닫게 하고 힘의 원동력을 불로 물로 바람으로 도출해냈지 않았나 싶다. 다시 말해 원(동그라미)을 이용한 우주만물의 생성과 솟구치는 힘의 원동력을 느끼게 하는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말한다. “발칙한 발상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의 세계로 초대하는 작품을 창출하고 싶다”고 말이다. 또 그는 “자신의 작품 속에는 꿈꾸는 세상, 동화 같은 세상, 힘이 되는 세상사 이야기를 담는다.”고 피력했다.

어쩌면 그는 불과 물을 좋아해서인지, 태양과 달을 쫒으며 원형이미지를 곧잘 그린다. 곡선으로 돌아가면서 원을 크게 그리는 대형원이나 작은 곡선을 그리면서 돌아가는 소형원의 동그라미는 언제나 동심이고 노심이다. 게다가 원형이미지는 원초적이면서도 느림의 미학과 여유의 미학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삶의 보금자리로 우주만물을 담을 수 있는 마음그릇이다.

산놀이 가다보면 산의 눈이

물놀이 치다보면 물의 눈이

흙놀이 하다보면 흙의 눈이

바람눈으로 살아보는 눈빛들이

파랑파랑 자라나는 마음 밭에서

별을 담고

달을 담고

해를 담고

지구를 담는

눈이랑 맘이랑

서로가 서로를 껴안은 채

놀다가자고 쉬어가자고

깜박깜박 윙크하는 눈망울

동글동글 동그라미 그리네

(필자의 눈이랑 맘이랑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