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화의 외연을 확장”,“고난과 절망감을 삶의 희망으로 승화
여수문화방송은 5일 '제5회 정채봉 문학상' 수상작으로 작가 허혜란(46·여)씨의 '503호 열차'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503호 열차’는 1930년대 옛 소련에 의해 저질러진‘고려인 강제이주 정책’을 소재로, 절망적 상황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고려인 가족들의 모습을 어린 소년의 시각에서 생생하게 묘사한 창작동화다. 심사위원들은 심사평에서 “우리가 아는 동화의 외연을 확장하고 한국 단편 동화의 수준을 힘차게 밀어올린 드문 역작”이라며 선정 이유를 들었다. 최종심사는 이상배(동화작가, 도서출판 좋은꿈 대표), 정찬주(소설가), 선안나(동화작가, 평론가)등이 맡았다.
허 혜란 작가는 2004년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각각 다른 작품으로 나란히 당선되면서 소설가로서 이름을 알렸다. 2008년에는 첫 소설집 ‘체로키 부족’을 출간했으며 올해는‘우산 없이 비올라’라는 작품으로 푸른 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받았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17일 오후 3시 전남 순천시 교량동 순천시 문학관에서 ‘정채봉 동화잔치 백일장 대회’와 함께 열린다.
정채봉 문학상(丁埰琫 文學賞)은 아동문학가 정채봉(1946~2001)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자들을 주축으로 한 ‘정채봉 선생 10주기 추모위원회’가 2011년 제정했으며 여수MBC가 주관한다. 한 해 동안 국내 문예지에 발표된 창작 단편동화 중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과 응모작을 대상으로 한다. 상금은 1,000만 원이며 ‘샘터’사와 함께 당해 대상 작품을 포함한 수상작가의 작품집을 발간한다.
※ 고려인 강제 이주는 소련이 일본첩자의 극동지방 침투를 막기 위한다는 구실로 1937년 시행한 첫 번째 민족 이주 정책이었다. 소련 극동 지방에 사는 17만 명이 넘는 거의 모든 한민족이 중앙아시아의 척박한 지역으로 강제로 이주되었고 이 과정에서 2만 여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제5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심사평
정채봉 문학상은 두 갈래 경로를 통해 최종심을 한다.
첫째, 국내 유수의 아동문학 잡지에 한 해 동안 발표된 중,단편 동화를 예심위원들이 나누어 읽고 우수 작품을 추천한다. 둘째, 여수 MBC에 개인이 직접 투고한 미발표 원고를 따로 심사한다. 완벽하지는 않을 지라도 그 해의 가장 좋은 단편 동화를 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셈이다.
또한, 고 정채봉 작가처럼 치열한 문학정신으로 탄생시킨 우수 작품을 조명하고 역량 있는 작가를 격려하고자 하는 목적 외에 어떤 이해관계도 없기에, 더욱 공정하고 순수하며 명예로운 상이다.
2015년 수상작으로 뽑힌 허혜란의 <503호 열차>는 이러한 정채봉 문학상의 취지를 한껏 충족시킨다. 한국 단편동화의 수준을 힘차게 밀어 올린 드문 역작이자, 아동문학계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가 직접 투고하여 선정되었다는 점에서 남다른 필력을 주목하게 된다.
<503호 열차>는 고려인 강제이주라는 무거운 역사를 다루었으나, 글쓴이가 함께 열차를 타고 직접 겪은 일을 묘사한 것처럼 실감이 난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고려인들의 모습이 생생하고 눈물겨우며, 현재진행형의 스토리 전개가 긴박감을 준다. 한계의 공간에서 느끼는 인간의 절망, 그 가운데서도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행동은 희망의 숨소리처럼 멈추지 않는다. 죽음이 지배해가던 공간에서 끝내 살아남은 아기-씨앗은 주제를 함축하는 이미지로, 분리되었던 시공간(과거와 현재, 그곳과 이곳)을 하나로 이어준다. 동일 소재의 작품들이 기존에 이미 있지만, <503호 열차>는 자료들을 녹여 감동과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데까지 이르렀기에 만장일치로 이 작품을 뽑았다.
올해 본심에 올라온 전체 작품의 수준은 평이했다. 소재도 어린이의 자잘한 일상이나 결손가정, 전학, 엄마의 부업 등 천편일률적이고 진부한 느낌이었다. 특히 개별 투고 원고는 습작품 수준이 많았는데, 적어도 정채봉 문학상에 응모하려면 정채봉의 문학세계를 넘어서려는 치열한 작가정신을 먼저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구멍 난 손>, <오싹한 친구들>, <백만 년이 지나면>, <봉구와 키다리 아저씨> 등 남다른 장점을 지닌 작품들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문학적 긴장을 시종 유지하지 못한 아쉬움, 기존 당선작과 비슷한 점, 도식성이 강하거나 소품이라는 한계 등이 지적되어 상대적으로 깊이 있고 탄탄한 <503호 열차>를 선정하게 되었다.
수상자에게 큰 박수를 보내며, 제 5회 시상을 계기로 정채봉 문학상의 의의와 위상이 더욱 빛나게 될 것으로 심사위원들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심사위원 이상배 (동화작가, 도서출판 좋은꿈 대표)
정찬주 (소설가)
선안나 (동화작가,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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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6 09:3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