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먹물 번져대는 날
쪽물 든 고기 떼 섬진강으로 내몰아
가슴까지 차오른 잡초더미 속에서도
쫑의 귀를 닮은 검푸른 감나무 잎이
컹 컹 컹 짖어대고 있는 초여름 어초장
지리산을 파먹고
섬진강을 훔쳐 먹은
송시인 책상에는 세월먼지가 수북하다
텅 빈 서랍 속에서
살포시 웃어대는 그는
지금도 섬진강변 낚시 가자고
못다 피운 담배를 줄잡아 태우고 있다
윗 서랍을 열어 재치면
핏빛 진달래 울움 삼키는 ‘지리산 뻐꾹새’가 울어대고
중간 서랍 열어 재끼면
풀잎 구슬로 또르 구르는 ‘달궁 아리랑’이 펼쳐지고
아래 서랍 열어 재끼면
원혼 부르는 판소리가락에 ‘빨치산’이 춤을 추고 있다
섬진강을 휘돌아 남 바다로 흘러든
세석평전은 ‘흑룡만리’의 글 성을 쌓고
낡고 허물어지진 성곽을 걸어가고 있다
주인 없는 어초장 뜨락에 우거진
도둑가시가 바지자락 꼭꼭 붙잡아
얼래고 설래어 달래도 보았건만
끝내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는걸
보고픔을 매단 풀잎으로 문지르고
기다림을 꿰찬 문고리로 비벼대고
그리움을 쌓는 책상위로 뜯어내도
도대체 떨어질 줄 모르는 도둑가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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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8 09:28 송고
2016-06-29 09:28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