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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선 보던 날의 별/ 정홍순

2014-05-03 오전 8:37:09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그날 저녁 울타리엔 한 시간 전에 지나온

    길로 전조등 앞세워 가는 누구의 행선이

    매져 있었고 노인네가 조용히 다가와 이웃해주는 사이

    개나리 하늘수박 백일홍 팔손이가

    안채에서 흘러나온 빛처럼 흐릿한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같이 살면 안 될까’

    그 말이 십 삼년이 되었다

     

    속삭임에서 삶의 울타리가 쳐지고 운명의 길이

    시작되기도 한 밤

    묵시 같은 별을 읽었다

    수락한 별만이 하늘에 기록되는 것으로

    조용히 다가와 이웃해주던 노인네의 임종을

    언약처럼 받아내고 있었다

     

    소곤소곤 울타리에

    같이 살면 안 될까 별이 떴다

    망자와 절친히 매듭 매는 밤

    인연으로 젖은 불멸 하나가

    두 눈에서 피어난다 개나리가 몰고 온 노란 봄 사이로

    투명의 빛이 비악비악 둥지 떠나 흐른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4-05-03 08:3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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