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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 시인
금목서 은목서 자리도 마다하고
동장군 맞서는 동목서가 피고 있다
겨울바람 불어오는 길목에서
건물사이로 햇살 머금은 종 꽃은
백의의 천사 아기걸음을 걷고 있다
시푸른 이파리 각으로 세우고
가지마다 매단 새하얀 꽃으로
시린 상처를 매 만지고 있다
부산한 손발
도서관 쫒아 웅웅거리고
파릇한 눈망울
덕담 새긴 책장 넘기며
두툼한 귓바퀴
크고 작은 신음소리 새겨듣는
나이팅게일후예의 길을 걷고 있다
무겁고 버거운 의학서적
가냘픈 옆구리에 끼고서
청암뜨락 거닐던 종종걸음이
내일의 살얼음판, 빙판길을 녹이는
미끄러지지 않는 길, 어머니 손길로
따스하고 포근한 가슴을 열고 있다
새내기 백의의 천사
청암교정에 뿌리 내리고
새파란 줄기 큰 줄기로 뻗고 뻗어
해맑은 꽃, 동목서 꽃으로 피어나고 있다
(필자의 햇살 머금은 동목서 전문)
겨울바람 불어오는 아침이다. 상아탑을 향한 학생들의 종종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손을 호호 불어가며 배움의 길을 걷고 있는 그들에게도 ‘국정농단’이라는 참혹한 현실을 맞게 했다. 그들에게 있어 생소한 정치단어가 등장한 것은 물론 진리탐구를 추구하는 상아탑정신까지 무너져 내리게 했다. 왜? 라는 의문사를 붙이기 전에 기성세대들의 그릇된 생각과 언행들을 다시 한번 생각게 한다.
최순실 게이트! 부끄러운 역사다. 최순실을 탓하기보다 무능한 대통령을 탓하고, 대통령을 탓하기보다 위정자들의 정치행보를 탓해야 한다. 무수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었는데도 위정자들은 오직 자신의 영달만을 꾀한 나머지 당리당략에만 집착했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나라꼴이 엉망진창이 된 후에야 뭐가 어쩌고저쩌고 입방아를 찧고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그것도 언론이 앞장서서 밝힌 최순실 게이트다. 아니 분노한 국민들의 힘의 기세에 합세해 위정자들은 편승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자신들의 정권야욕에만 혈안이 되어 국민들의 뜻을 저버리고 있는듯하다. 잠용들의 행보도 마찬가지다. 그토록 잘못된 대통령과 청와대의 비리가 양파 벗겨지듯 벗겨지고 있는 현실을 지켜보면서도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것은 자신들의 숨겨진 복심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비근한 예로 영수회담을 제안했던 추미애 민주당대표의 행보는 이를 방증했었다. 온 국민의 뜻이 모아진 100만인파의 촛불시위를 저버리고 독단으로 영수회담을 제안했다가 당의 반발로 인해 무산됐었다.
이러한 현실에서도 상아탑의 동목서는 피고 있다. 금목서 은목서 자리를 마다하고 동장군과 맞서는 冬木犀(동목서)의 청아한 하얀 꽃이 피고 있다. 특히 ‘백의의 천사’를 지향하는 청암대학교 간호학과 학생들의 탐구열은 동목서의 삶을 닮고 있다.
지구촌 크고 작은 병원을 비롯해 사회전반에 걸쳐 청암대학교 출신의 ‘백의의 천사’는 나이팅게일의 후예답게 친절과 사랑으로 간호사의 길을 걷고 있다는 칭찬이 자자하다. 그것은 곧 동목서 같은 인성을 길렀었기 때문이다. 병마에 시달리고 있는 환자에게 어머니 가슴으로 품어주고, 어머니 손길처럼 따스하게 만져주는 간호야말로 나이팅게일의 후예가 아닐까 싶다.
건물사이로 겨울햇살이 비친다. 그 햇살 머금은 동목서처럼 새내기 간호사들의 종종걸음이 현 사회를 빛내리라 믿는다. 적군도 아군도 정성으로 치료하면서 헌신과 사랑을 베푸는 “백의의 천사”의 길은 시리고 아리다.
갈색낙엽들이 아스팔트를 나뒹굴고 있다. 샛노랗게 물들었던 은행나무 이파리가 낭만을 부르고 빨갛게 맺힌 먼나무 열매가 사랑을 노래하는 시간들이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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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5 09:4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