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 펄 펄 함박눈이 내린다. 소리도 없이 온 대지를 휘덮는다. 저 눈송이들이 하얀 쌀이었음 좋겠다. 저 쌓인 눈이 새 하얀 솜이불 이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허기진 배도 채우고 차가운 등 따시는 날, 세상사 부러울 것 하나도 없다. 엄마 젖무덤처럼 느껴지는 저 눈밭에서 마냥 뒹굴다가 뛰놀다가 잠들고 싶다. 깨끗하게. 포근하게. 새하얗게 마구마구 덮어라. 가난은 죄가 아니다.”
첫새벽이다. 눈 내리는 길, 순천역을 갔다. 그곳에서 들은 한 노숙자의 소리가 귓전을 떠나지 않는다. 춥고 배고픈 자신의 현실을 비관한 나머지 새하얀 눈을 보고 중얼거리는 그 모습은 참으로 안쓰러웠다.
우리국민 10명 중 1명꼴로 “도움 청할 사람이 없다”고 응답한 현실에서 저소득층의 한숨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소득 낮은 집단선이 30%에 육박하고 있는 시점에서 사회적 유대감은 낮을 뿐 아니라 안전망까지 허술한 실정이다.
특히 경제적 문제 등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가족을 포함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주변사람이 얼마나 되는가를 조사한 결과 우리국민 10명 중 1명(9.8%)은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더욱이 자신의 소득계층이 하층이라고 여기는 집단에서는 이 응답 비율이 28.7%까지 올라간다. 일본(21.1%), 덴마크(16.1%), 브라질(8.2%)보다 우리의 저소득층이 사회적 지원에서 훨씬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비근한 예로 일일 방세를 내는 서울 종로구 쪽방에 거주하는 이씨는 2년 전 실직 후 요양병원을 전전하다 퇴원했으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몇 달을 근근이 버티다 손을 벌릴 지인이 없어 구청에 긴급지원을 요청했다. 구청 측은 긴급 주거지원은 3개월 이상 월세가 체납됐을 때, 생계지원 역시 1년 내 실직만 가능하다며 도움을 거절했다. 월세보다 긴급한 일세에다 실직기간이 더 길어 생계가 막막한데도 규정상 지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씨는 주거 위기만 넘기면 어떻게든 자립하겠다는 의지가 강하지만 사적 지원은 물론 공적 지원도 받지 못해 어려운 처지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윤애숙 빈곤사회연대 조직국장은 “가난한 상태라는 게 돈만 없는 게 아니라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없는 형편”이라며 “저소득층에게는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사회 안전망에 구멍이 뻥 뚫려 있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달동네와 쪽방 촌 그리고 일부노숙자들의 삶은 죽지 못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현실론에서 사회적 관계는 공동체적인 삶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삶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공동체적 삶에 적잖은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위정자들은 정쟁과 자신의 영달에만 치우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난 속에서도 표를 의식하고 표밭관리에만 급급하고 있다. 어쩌면 이번 총선의 표밭관리를 위해 당의정 같은 사탕발림의 언행을 설파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위정자들은 표를 먹고 사는 상류층 사회의 일원으로써, 저소득층의 약점을 파고들어 달콤한 말로 이들을 유혹내지는 유도하기 때문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위정자들의 마음은 어느 누구도 읽을 수 없으며 그들의 정쟁은 끝이 없다. 국민들의 생활과 안위가 어떻게 되든 말든 자신들의 정권야욕과 영달에만 혈안이 돼 정치논쟁만 일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삶을 윤택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야할 위정자들은 자신들의 갈 길을 잃어버린 것 같다. 말로만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이지, 속셈은 따로 있는 것이다. 오직 자신의 영달을 위해 줄달음질 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희생과 봉사를 앞세우는 동호회와 시민단체, 종교단체, 자원봉사단체 등 공동체 모임 참여는 타인과 사회에 대한 신뢰의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중요하다. 하지만 일부 단체나 모임은 그렇지 못하는 성 싶다. 다시 말해 희생과 봉사는 뒷전이고, 자신들의 정치무대로 여긴다는 것이다. 즉, 단체와 모임을 통해서 자신들의 이름 알리기를 하면서 미래의 위정자를 꿈꾸는 무대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눈 내리는 새벽길에서 들었던 노숙자의 중얼거림이 귓전을 맴돈다. 위정자와 상류층사회는 모를 것이다. 들어도 못들은 척 보고도 못 보는 척 그들만의 눈이 따로 있을 것이다. 그들이 바라보는 눈보다는 시인이 바라보는 눈은 다를 것이다. 가난은 죄가 아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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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9 11:2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