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 씨랑
저 놈의 옷 입고 다닌 꼴 좀 보소
환장하고 뒤로 발랑 자빠지겄당께
보일랑 말랑 살 비치게 걸친 저 옷 맵씨 좀 보란 말이시
시 함씨랑
첩첩산중 계단밭에
계곡물 빨아먹고 살았다는 세모시
그 껍질 벗겨 실로 짰다는 적삼치마 솜씨 좀 보란 말이시
맘씨 좋은 늙은 할미도 젊은 어미도 앳띤 누이도
밤잠 설친시롱 베 짜서 맨들어 입었단 말이시
시 압씨랑
백학날개 펴듯 은빛 옷자락 펄럭이며
백구두 번들번들
술 취해 건들건들
거들 떠는 저 백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뒷산 호랭이도 안 물어간단 말이시
시 엄씨랑
맵씨 맘씨 말씨 솜씨 날씨타령
다 좋고 좋은디 시집타령만 하지말란 말이시
시함씨 시압씨 시엄씨 시아씨 시집타령 할라치면
시꺼멓게 탄 내속부터 뒤집어 진단 말이시
시 아씨랑
눈, 코, 입, 귀 칼 대고
온 몸통 팔다리 쭉쭉빵빵 다듬는
왕비병 공주병 스타병 걸렸단 말이시
박으나마나 바느질 박씨랑
안으나마나 허깨비 안씨랑
허나마나 허수아비 허씨랑
씨타령에 재미부쳤단 말이시
어쩌다 저리도 몹쓸 씨타령에 빠졌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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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4 10:3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