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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다’라는 말이 있다. 어리석고 모자라서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말한다. 또한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이 있다. 양잿물은 물과 희석하여 옷감을 담가놓으면 희게 만드는 표백제다. 양잿물은 독성이 강해 극히 적은 양을 먹어도 생명을 앗아가는 독약이다. 수많은 정보가 디지털화 되고 있는 21세기를 살아가려면 지성의 힘으로 진화되어야 한다.
어느 곳에 원숭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사시사철 먹을 것이 풍부한 원숭이는 자연 속에서 자유와 행복을 마음껏 누리고 있었다. 그때 오소리가 예쁜 꽃신을 들고 찾아와서 공짜로 준다는 것이었다. 오소리가 하는 말인즉슨 꽃신을 신으면 돌부리에 채여도, 자갈밭에서 뛰어놀아도 발이 아프지 않다는 것이었다. 꽃신만 신고 있으면 먼 길을 걸어도 발이 끄떡없다는 것이었다. 원숭이가 꽃신을 신어보니 오소리의 말이 틀림없었다. 원숭이가 꽃신에 길들여지자 오소리는 수시로 잣을 달라고 요구했다. 편안한 것에 익숙해진 원숭이는 꽃신을 신지 않으면 발바닥이 아파서 맨발로 걸을 수가 없어 오소리에게 잣을 갖다 바치는 밥이 되고 만다. 어리석은 동물을 의인화하여 꽃신은 자유가 아니라 영원한 속박이라는 교훈을 주신 분은 동화작가 정희창 선생님이시다.
꽃신전략을 성공시켜 세계에서 가장 부자가 된 기업이 있다. 컴퓨터 기기용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이다. 그 회사가 우리나라의 250여개 대학에 미끼를 던진 것은 몇 년 전 일이다. AATP인 마이크로소프트 공인 대학 교육 프로그램 1개를 구입하면 99개를 공짜로 준다는 것이었다. 대학들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계약조건인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교과목을 설치하고, 강의계획서와 운영계획서 그리고 결과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신학기를 들어서면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속셈은 백일하에 드러났다. 윈도98, 윈도미, MS오피스 등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각 대학에 전달한 것이다. 이미 강의를 개설해 놓은 대학들은 그 회사가 요구한 절충안 마련에 한동안 고심을 했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교유문화를 지키지 못하고 줏대 없이 외래 문물을 수용하다 보면 원숭이처럼 제 발로 걷지 못하게 되는 쪼다가 될지도 모른다. 초고속정보통신망에 걸려들어 양잿물을 마시고 지적재산을 잃어버릴 위기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기계문명의 발달로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21세기를 살아가려면 우리 모두 창의적인 지식정보를 바탕으로 디지털교유의 영역을 뛰어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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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6 08:45 송고
2012-06-24 22:13 편집